‘학폭' 신고했다고 "어떤 놈이..." 욕하고 문책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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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던 한 고교 교사가 피해 학생에게 경찰 신고를 문책하고 욕설까지 내뱉은 일이 발생했다.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학교폭력을 해결하기보다 되레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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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ㄱ고 3학년 ㅇ(18)군은 지난 6일 같은 반 친구한테 카카오톡을 통해 “그러다 맞는다”, “누가 널 안 때릴 수가 없겠네. ××아” 등 막말과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받았다. ㅇ군이 이유 없는 막말에 “제발 욕 좀 그만하라”고 저항했지만, 가해 학생은 연이어 폭력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공포를 느낀 ㅇ군은 ‘사이버 불링(괴롭힘)’이라 생각해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에 알렸다. 과천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은 이 사안을 조사해 11일 학교에 통보했다.

그 뒤 ㅇ군 사건은 엉뚱하게 흘렀다. 사건을 통보받은 학교 학생안전부장 ㄱ교사는 12일 피해 학생을 가해 학생과 나란히 불러 세웠다. 이어 피해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 신고 사실을 문제 삼았다. <한겨레>가 확보한 녹취 파일에서 ㄱ교사는 “어떤 놈이 경찰에 신고했어”라며 욕설과 폭언을 2~3분간 이어갔다. 교사는 피해 학생의 평소 생활태도가 불량하다며 되레 복장 상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뒤 학부모는 해당 교사를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했다. 피해 학생은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교육부가 각 학교에 내려보낸 학교폭력 사안 처리 매뉴얼을 보면, 학교폭력 피해 신고를 받은 학교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2주 이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게 돼 있지만 이 학교는 학폭위도 열지 않았다. 21일 피해 학생 학부모가 찾아가 학폭위를 열어달라 항의하자, 학교는 그제야 “수일 내에 열겠다”고 약속했다. ㄱ고 교감은 “학교가 학생 인권을 존중하지 못한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 욕설한 교사를 경고 처분하고 관련 연수를 받도록 명령했다. 해당 교사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 때 학교는 교사의 1차 조사와 학폭위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결과를 기재해야 한다. 그런데 1차 조사를 맡는 학교와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부족해 ‘2차 피해’ 등이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탁경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학교폭력 소송에 참여해보면 담당 교사의 역량에 따라 조사 기록의 질적 차이가 상당하다”며 “담당 교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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