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이 자꾸만 무너지는 이유

게시됨: 업데이트됨:
THE
한겨레
인쇄

지난 18일 오후 2시40분께 타워크레인이 또 무너졌다. 올해 6번째인 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졌다.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 동삭2지구 도시개발사업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경기도 용인시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3명이 숨진 지 9일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올해 17명이 숨졌다.

시기를 넓혀보면 사망자 수는 급증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크레인 관련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194명이 숨졌다.

타워크레인들은 왜 자꾸 무너질까. 너무 낡았기 때문이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 운용 중인 크레인 5980대 중 만들어진 지 10년 미만인 신형 크레인은 3272대(54%)에 불과했다. 20년 이상 노후 크레인도 많았다. 경기도에 381대로 가장 많았고, 서울 249대, 충북 124대, 부산 123대 순이었다.

이마저도 연식을 속이는 일이 다반사다. 소유주가 등록신청서에 써넣는 숫자가 검증 없이 생산연도가 되곤 한다. 중고를 수입해 신형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생산시기를 판별하지 못하도록 명판을 제거한 타워도 많다. 외환위기 때 건설사들이 외국에 판 타워가 ‘연식 세탁’을 거쳐 역수입된다는 의혹도 있다.

낡은 크레인들은 사제 부품으로 얼기설기 이어져있다. 해외 제조품인 크레인의 정품 부품은 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현장에선 사제 대용품으로 대체하기 일쑤다. 지난 5월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경기도 남양주 타워크레인 사고도 수입산 순정 부품 대신 철공소에서 자체 제작한 사제 부품을 사용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제 부품으로 이어진 낡은 크레인들은 설치되고 해체될 때 가장 위험하다. 최근 5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크레인 사고에서 직접적으로 설치 및 해체작업과 관련돼 사망한 인원은 사용작업 중 사망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낡아 위험해진 타워크레인이라해도 "설치·해체 절차만 잘 지켜도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장에서는 다른 현장에 공사가 잡혀 있다면서 빨리 작업을 끝내라고 강요하다보니 작업절차를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 과거엔 타워크레인 업체가 설치·해체작업자를 다 보유하고 있어 장비의 기계적 특성이나 노후화 여부를 잘 알아서 바로바로 교체나 보수조치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모두 외주화로 돌려 버려서 장비에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일하게 된다.” -10년간 타워크레인 조종기사로 근무한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는 한때 타워크레인을 빌려주던 임대사가 직접 맡았다. 현재는 일당 노동으로 완전히 외주화됐다. 일당제 외주가 되면서 기계 상태를 작업 당일 파악할 수밖에 없어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외주화는 ‘속도전’ 앞에 무력했다. 원청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회운 설치·해체 노조위원장은 “립벨 타워의 경우 미국은 일주일 동안 하는 작업을 국내에선 각각 이틀 안에 설치·해체를 끝내야했다"고 말했다. 외주화는 최대한 많은 일감을 따내야 하는 하청업체를 양산했다. 이들에게 규정을 지켜가며 안전한 설치·해체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낡아 위험해진 타워크레인의 마지막 보루는 안전검사다. 이것은 민간으로 이관됐다. 원래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국토교통부가 하던 일이었다. 업체로부터 검사를 수주받는 민간 기관들은 꼼꼼하게 검사할수록 돈을 벌기 힘들다. '한겨레'가 올해 타워크레인 전문검사업체의 정기검사 결과와 검사 실적을 비교해보니, 타워크레인 업체에 ‘안전 불합격’ 판정을 많이 내린 곳일수록 업체의 규모와 관계없이 검사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깐깐한 업체일수록 외면 받았다는 뜻이다. 마치 '세월호 사고'를 보는 것 같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대책을 내놨다.

타워크레인을 전수조사해 제작된 지 20년 이상 지난 타워크레인의 사용을 중지키로 했다. 10년 이상 지난 타워크레인은 정밀 검사를 의무화해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설치·해체 작업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타워크레인을 임대해 사용하는 건설사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업체의 책임·관리, 설치·해체 작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사이 타워크레인 2대가 더 고꾸라졌고 노동자 4명이 숨졌다. 바뀐 법령이 현실을 바꿀 때까지 몇 대가 더 무너져내릴지 알 수 없다.

수정 사항 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