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 위해 취업 준비 접은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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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규제책에도 '가상화폐 성공신화'는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가진 2030 청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특히 전문가들조차 가상화폐 열풍 현상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엇갈린 견해를 내놓는 가운데 단기간에 거액을 거머쥐었다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온·오프라인 상에서는 '비트코인 학(學)', '가상화폐 강좌'는 물론 가상화폐를 연구하는 학회와 동아리까지 생겨나는 추세다.

1시간에 100만원 등락…가상화폐 '동아리'까지 생겨

"지금 100만원 포기하고 대화하는 겁니다."

지난 5월 180만원을 들고 가상화폐의 일종인 이더리움(Ethereum) 투자에 뛰어들었던 박모씨(31)는 5개월 새 종잣돈을 5배 이상 불렸다. 이더리움 가격이 폭등한 덕이다. 이더리움의 오름세는 멈출 줄 몰랐다. 앉아서 수천만원을 벌어들인 그의 자산은 12월 기준 3억원까지 불어났다. 불과 7개월 만에 재산이 16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가상화폐 투자가 대박을 치자 박씨는 취업준비도 접었다. 지난주 새집까지 장만한 그는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Alternative coin·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의 통칭) 14개 종목에 동시에 투자하는 전업 투자자가 됐다.

"가상화폐의 핵심은 새로운 '가치저장수단'의 발견이라는 겁니다." 1시간 사이 100만원상당의 자산이 불어난 계좌를 보여주던 박씨는 가상화폐 열풍은 '투기'가 아니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비트코인을 "모든 개인의 재산이 10분마다 암호화되는 블록체인 기술 덕에 '도난'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혁신기술"이라고 표현한 박씨는 "가상화폐 개발자가 발행하는 '백서'는 물론 각종 뉴스와 투자보조지표들을 꼼꼼히 관리하면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날로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고려대생 김모씨(22)는 "요즘 가상화폐가 핫하니까 공부도 재미있다. 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나중에 주식을 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욕심을 버리면 소소하게 용돈 벌이 정도 할 수 있겠다 싶어 투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기자본 150만원은 약 한 달 만에 2배로 불었지만 부작용도 생겼다. 김씨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언제 값이 낮아질지 몰라 불안하다"며 "학교 강의를 듣거나 친구와 대화하다가도 문득 생각나 하루 100번 넘게 시세를 본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평소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하루아침에 내 월급만큼 버는 사람을 보면 허무하기도 하고 노동의 가치가 쇠퇴하는 것 같다"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가상화폐 투자만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가상화폐를 공부하는 모임과 동아리도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 3일 연세대 커뮤니티에는 '블록체인·암호화폐 동아리를 창단한다'는 홍보글이 올라왔다.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투기가 아닌 화폐가치를 연구해 진정한 의미의 투자를 실현하자'는 것이 동아리 목적이다.

서울대·고려대 등 다른 대학에도 가상화폐 기술을 공부하고 시장정보를 탐색하는 모임을 조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카이스트 커뮤니티엔 '가상화폐 관련 스타트업을 함께하자', '가상화페 파생상품 거래소 개발자를 찾는다' 등 가상화폐의 사업성에 주목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최모씨(21)는 이번 학기 대학 연합 주식동아리 내 가상화폐 소모임에서 활동했다. 최씨는 "개별 코인들이 생성된 원리나 코인의 활용 가능성, 가격 변동성 등을 주제로 발표하고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최씨는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벌어서 좋긴 하지만 떼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다"라며 "일상에 별다른 지장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 "가상화폐는 '위조지폐'…투기 부추기는 세력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가상화폐 열풍은 올바른 현상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견해는 분분했지만, 대체로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이며 사회·경제적 비극을 낳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가상화폐 투자에만 매몰되면 안 되겠지만 미래금융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조금 투자해 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이어 인 교수는 "모르고 하면 투기지만 알고 하면 투자"라며 "가상화폐의 정확한 비전과 산업변화를 착실히 공부하면 하루하루 등락에 동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가상화폐는 확실한 투기"라고 규정했다. 한 교수는 "가상화폐는 실질가치가 없는데도 마치 어떤 가치가 있는 것처럼 포장됐다"고 설명하면서 "일부 가상화폐 채굴자(miner)와 가상화폐 거래소 세력이 거짓정보를 흘려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이 일본에서 정식 화폐로 인정받았다거나 미국이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소문, 미국과 일본에서 가상화폐를 제도화했다는 정보 등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고 가상화폐 투기를 조장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 교수는 "가상화폐 채굴자가 거의 없는 한국의 특성상 가상화폐 투기가 활발해질수록 국내 달러가 유출되는 현상이 빚어진다"면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는 떨어지게 되지만 수입물가는 되려 비싸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한 교수는 "가상화폐가 유입된다는 말은 국내에 그만큼의 위조지폐가 들어온다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한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 홍 교수는 "향후 3년 이내에 가상화폐가 실제 화폐로 쓰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며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고, 급격하게 가치가 등락한다는 점에서 투기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도 "가상화폐 환상을 퍼뜨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흘리는 집단이 있다"고 우려하면서 "가상화폐 투기로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한탕주의는 모두 왜곡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믿음'에서 근거한 것"이라고 보았다.

20,30대 젊은이들이 가상화폐에 매몰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몰두한다는 것은 젊은이들이 도박과 게임에 빠져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면서 "많은 청춘이 사회인으로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삶을 포기하고 투기에 빠지는 현상을 근절하지 않는다면 그 결말은 참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교수와 홍 교수도 "청소년과 외국인의 가상화폐 투자만 금지한 정부 규제안은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며 "언제든지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의 문들 완전히 닫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규제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투기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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