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인터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세번째 살인'에 대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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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번째 살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세번째 살인’이 개봉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야쿠쇼 코지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일단 법정 스릴러란 장르가 그렇다. ‘걸어도 걸어도’ 이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를 통해 가족을 배경으로 한 성장드라마들을 만들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로서는 신선한 시도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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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살인’은 한 남자를 대상으로 한 살인장면으로 시작한다. 살인범인 미스미(야쿠쇼 코지)는 30년 전에도 살인 및 강도등의 범죄로 사형선고를 받을 뻔 했지만, 간신히 살아남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가 출소후 일하던 공장의 사장을 죽인 후, 시신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이 살인범은 자신의 죄를 모두 자백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인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미스미의 여러 진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미스미의 사형선고를 막으려고 했지만, 시게모리는 점점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의뢰인을 만난 변호사는 의뢰인의 진실을 찾으려 애쓰다가 결국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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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살인’은 지난 9월 9일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다. 당시 허프포스트일본판은 그가 법정 스릴러를 선택한 계기와 영화에 담은 생각들에 관해 긴 인터뷰를 나눈 바 있다. 당시의 내용을 정리해 담았다.

법정은 진실이 규명되는 장소가 아니다

- 차기작으로 법정 드라마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 ‘걸어도 걸어도’(2008)를 만든 후 재범 범죄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갔던 사람이 감옥을 나와서 다시 사림을 죽이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살인은 돈이 목적이었지만, 두 번째 살인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살인을 저지른다는 이야기였지요. 이 경우 두 번째 살인죄에 대해서는 사형선고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주인공도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쪽으로 이야기를 쓰고 있었지만, 결국 완성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 그 부분은 ‘세번째 살인’의 미스미와도 같은 부분이군요. 변호사들과 식사를 하면서 힌트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 2015년 여름에 변호사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TV뉴스에서 한 재판의 판결에 관한 소식이 나왔습니다. 판결을 받은 쪽이 항소를 결정했고 뉴스에서는 “진실을 규명하는 장소가 고등법원으로 옮겨졌다”고 나왔습니다. 그때 변호사가 “위화감이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왜냐고 물어보니, “법정은 진실이 규명되는 곳이 아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럼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다시 물었더니, “이해를 조정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 영화 속의 시게모리와 같네요. 시게모리 또한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재판에서 이기는 게 목적인 변호사니까요.

= 그렇죠. 그 변호사는 민사사건을 주로 맡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법정이 ‘이해 조정’을 하는 공간이라고 파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변호사들이 법정을 진실을 규명하는 곳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죠.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평소에는 법정을 ‘이해 조정’의 공간으로 생각했던 변호사가 이번 사건에서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예전에 생각했던 재범 범죄자를 마주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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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를 찍는 기분이었다

-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와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후 두 번째로 팀을 이루었습니다.

= 후쿠야마는 훌륭한 배우입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은근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배우입니다. 영화에서 시게모리는 진술을 할 때마다 바뀌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괴물을 마주합니다. 시게모리의 마음은 매우 술렁이고 있겠지만, 그를 연기하는 후쿠야마는 그런 감정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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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쿠쇼 코지가 연기하는 미스미가 시게모리와 접견실에서 맞붙는 장면은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정말 미스미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기분 나쁜 캐릭터이기도 하지요.

= 아쿠쇼 코지는 정말 괴물같은 배우입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그의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스미의 대사는 분명 제가 직접 쓴 대사인데, 야쿠쇼 코지가 연기를 하는 순간 그건 그냥 미스미라는 사람이 생각하는 말 같았습니다. 완전히 ‘낯선 사람’으로 거기에 있었다고 할까? 나로서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기분이었어요.

- 영화에는 총 7번의 접견 장면이 있습니다. 3번째 접견에서 미스미와 시게모리가 유리를 사이에 두고 손을 맞추는 장면이 있습니다. 미스미는 이렇게 당신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며 손을 갖다대도록 부추깁니다. 이 장면에서 미스미는 더욱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만약 ‘거짓말’ 같은 게 나오면 엉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냥 촬영을 포기할 생각이었죠. 그런데 야쿠쇼 코지는 정말 자연스럽게 시게모리를 유인했습니다. 시게모리를 도망갈 수 없게 하면서 그가 손을 갖다 댈 수 밖에 없게 만들었죠. 이런 장면에서도 이렇게까지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다니,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3번째 접견은 변호사로서 미스미와 대치하고 있던 시게모리가 처음으로 흔들리는 장면입니다. 그에게 인간적인 감정 같은 것을 느끼는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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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의 딸인 아키에 역에는 히로세 스즈를 캐스팅했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때는 당시 15세의 히로세 스즈에게 대본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어땠나요?

= 이번에는 전달했습니다. 대본을 건네지 않고 연기를 부탁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대본을 보고 있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답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 고레에다 감독은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영화를 찍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된 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나요?

= 답보다 중요한 건, 그런 질문을 얼마나 던질 수 있는가라고 봅니다. 그것이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들테니까요. 흔히 인터뷰를 할 때 ‘감독으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렇게 알려진 메시지는 사실 대단한 게 아닙니다. 정말 풍부한 작품이라면 만드는 사람이 의식하지 않아도 그런 메시지가 작품에서 드러나게 될 겁니다.

이 영화에서 저는 변호사와 지금의 사법시스템 등을 비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점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미스미 같은 살인범인 흔하지 않겠지만, 실제 변호사가 그의 사건을 담당했다고 해도 판결 후에는 석연치 않은 것들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정리된 혐의로 기소된 사람을 대상으로 재판이 진행되면,여러 진실 중에서도 의미있는 부분만을 가지고 변호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형’이란 알기 쉬운 형태로 판결이 나온 거지요. 그래도 진실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대로 다음 재판에 나가야만 하죠. 진실을 모르는 채로 재판에 나가야 한다는 건, 공중에 매달린 느낌 같을 겁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런 느낌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이 영화의 도착지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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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의 입장에서도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나?”란 질문에 명료한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저는 모호함 속에 오히려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의 질문에 모든 답을 찾을 수는 없으니까요. 해외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거 아니면 저거’를 선택해야 하는 식으로 대답을 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면 ‘숫자’를 요구받지요. 사람들은 수치화 된 내용을 믿으려 하니까요.

- 허프포스트 같은 웹 기반의 미디어들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이 기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보여졌는지가 실시간으로 나오니까요.

= 이 영화에 나오는 변호사와 판사도 그렇습니다. 이긴 횟수로 평가되니까요. (극중에서 판사는 ‘소송경제’라는 말을 한다.) 정해진 시한내에 제대로 된 판결이 나왔는가 여부도 수치화되어 평가됩니다. 그런 건 법정뿐만 아니라 사실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인간이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모호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 어떤 절대적인 심판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사법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와 사법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고 판단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중요하고, 거기에서부터 질문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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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영화배급사와 방송사는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 이전 인터뷰에서 “깨어있는 시간의 80%를 일하는데 쓰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이 곧 생활인 라이프스타일에 만족하는 편인가요?

= 그렇네요. 사실 저는 그게 그다지 괴롭지 않습니다. 저는 우연히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수 있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직업을 가진 건 아닙니다. 그러니 일이 곧 생활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오만하다고 봅니다.

- 영화감독이란 직업의 장점인가요?

= 창조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언제나 재미있고, 그렇지 않은 일은 재미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이든 기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텔레비젼 맨 유니온’이란 회사에 들어갔을 때, 음악프로듀서였던 하기모토 하루히코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에는 창조적인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는 게 아니야. 일을 창조적으로 해내는 사람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그것은 태도의 문제야”라고요. 저에게는 그 말이 상당히 강렬히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직업에서 그 직업만의 즐거움을 찾는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일의 종류보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군요.

= 네. 그리고 저는 ‘밥을 먹는다’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어떤 뜻인가요?

= ‘일이 재미있으니까 됐다’라고 하는 건 무책임한 겁니다. 이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20대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습니다. 그건 어떻게든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 자신도 나름 이 업계에서 일을 오래해서 이제 50대가 된 이상, 적어도 지금 20대 친구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임금을 지불하는 현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밥을 먹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즐길 수 없으니까요.

- 아마존 프라임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그쪽 어 더 친숙하지요. 이런 서비스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선택할 수 있는 게 늘어나는 건 제작자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은 숫자 자리수가 다릅니다. 또 컨텐츠의 권리가 제작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금의 버블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성 배급사와 방송사는 위기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대로라면 제작자들은 모두 그쪽으로 흘러갈테니까요.

- 고레에다 감독 자신도 넷플리스와 같은 회사와 함께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나요?

= 글쎄요. 지금은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서라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쪽을 선택할 것인가, 그런 질문을 품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극장 개봉이 전제되지 않은 작품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영화관이라는 장소를 좋아하니까요.

- 지금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화를 봅니다. 출퇴근 시간에도 영화를 볼 수 있지요. 고레에다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 스마트폰으로도 보고, 극장에서도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두운 공간에서 2시간 동안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건, 일상적인 경험이 아니니까요. 극장을 기반으로 영화를 보고 자라온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것에 저항감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라 극장 개봉에 구애받지 않는 영화를 만드는 방법도 나올 겁니다. 어쩌면 그때가 되면 나는 영화를 찍지 않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해놓고 인터넷 영화를 만들지도 모르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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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JP의 '「自分が生きている社会が、怖くなるかも」 是枝裕和監督が『三度目の殺人』に込めた思い'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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