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2도 최강한파...서울이 모스크바보다 추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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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서 있기만 해도 손발이 꽁꽁 얼어붙습니다.” (강아랑 KBS 기상 캐스터)

“너무 추워서 손과 발에 감각이 없다는 말씀이 맞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10배 정도 더 추운 것 같습니다.” (전소영 SBS 기상 캐스터)

“볼에 와 닿는 찬바람이 칼끝처럼 따갑습니다.” (연합뉴스TV 김지은 기상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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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영 SBS 기상 캐스터. SBS 화면 갈무리.

12일 아침 출근길 날씨를 전하는 기상 캐스터들이 바짝 얼어붙었습니다. 날씨를 전하기 위해 추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기상 캐스터들의 애환이 더 크게 느껴지는 아침이었습니다.

기상청이 예고한 대로 12일 아침 전국이 바짝 얼었습니다. 기상청은 11일 “중국 북부지방에서 확장하는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12일에도 중부 내륙지방의 경우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낮 동안에도 서울 영하 4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2일 아침 9시 기준 서울은 아침 최저 영하 12.4도를 기록했고, 경기도 파주는 영하 17.6도, 강원도 철원 영하 18.6도, 춘천 영하 17.6도였습니다. 충청북도 충주 영하 14.5도, 전라북도 군산 영하 8.2도, 대구 영하 8.2도, 부산 영하 6.1도 등 일부 남부지방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을 보면, 경기도 포천 이동면 영하 22.5도, 강원도 철원 임남면은 영하 22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을 비롯해 강원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 등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고, 충청북도 제천과 경기 북부, 강원 영서 지역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진 것까지 고려하면 그야말로 올겨울 ‘최강한파’입니다. 기상청은 14일 오전까지는 기온이 평년보다 5~10도 정도 낮아 매우 강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실 이번 추위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데요. 기상청 발표를 보면 12월 1~10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은 1.1도로 평년(3.0도)보다 1.9도 낮습니다. 1973년 과학적 기상관측통계 이래 역대 11번째로 낮은 값입니다. 같은 기간 가장 추웠던 해는 2012년으로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1.4도였습니다. 1973년(영하 0.6도), 2014년(영하 0.4도)가 그 뒤를 잇습니다. 이른 한파에 대한 기상청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상청은 북극진동지수가 11월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음의 값을 보이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남하한 것을 한 원인으로 꼽았다. 북극진동은 북극 주변을 돌고 있는 강한 소용돌이(폴라볼텍스)가 수십일~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으로, 음의 북극진동 해에 북극 소용돌이가 느슨해지면서 북극 지역으로부터 찬 공기가 남하해 중위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기상청은 또 우랄산맥~카라 해 부근에 형성된 상층 고기압이 정체해 우리나라 부근에 상층의 찬 공기가 유입된 것도 추위의 다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올해에도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바렌츠-카라해 인근에 평년보다 적은 해빙 경향이 나타나 그 부근으로 상층 고기압이 자주 형성되고 있다.

기상청은 하지만 라니냐 영향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열대 중~동태평양에서의 해수면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약한 라니냐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나 라니냐 해 초겨울에 나타나는 북서태평양 부근의 저기압성 흐름으로 인한 북풍계열의 바람 유입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내일 더 춥다…서울 영하 12도

벌써 한파로 인한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12일 “전국 524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한랭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 12월1일부터 12월10일까지 사망자 1명을 포함, 41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랭질환이란 추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인체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질환 모두를 통칭하는데 저체온증, 동상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가운데 저체온증이 전체의 73.2%를 차지하는데, 이번에 사망한 60대 남성 역시 원인은 저체온증이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저체온증 의심 증상(말이 어눌해지거나 기억장애 발생, 의식 흐려짐, 팔다리의 심한 떨림 증상 등)이 나타나면 신속히 병원으로 가거나 119로 신고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응급처치 방법으로는 젖은 옷을 벗기고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줄 것, 겨드랑이 배 위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 등을 둘 것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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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날씨앱으로 견주어 본 세계 날씨.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최강한파’를 한반도보다 높은 위도에 있고 ‘한추위’ 한다는 러시아와 비교하는 누리꾼들도 있었습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른 아침부터 “블라디보스토크도 영하 13도라던데… 강제 러시아 체험”(@popppp****), “강원도는 러시아랑 다를 게 뭐야”(@numi****), “나는 매 여름 “러시아에 가고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하는데, 겨울이 되면 “러시아에 가고싶다고 했더니 러시아가 찾아왔네”로 말버릇이 바뀌곤 한다”(@MauserKarab****), “세상에 한국은 참 신기한 나라야. 여름엔 이집트보다 덥고 겨울엔 러시아보다 춥고”(@ff14_car****) 등의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실제로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기온을 살펴보면,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6도, 낮 최고 영하 12도입니다. 모스크바는 아침 최저 영하 1도, 낮 최고 1도입니다. 누리꾼들의 반응이 단순한 과장은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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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교에 대해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평균적으로는 위도상 차이로 인한 기온차가 크지만 찬공기 덩어리 크기에 의한 기온차가 더 클 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부근 상층에 유입된 찬공기 덩어리가 그만큼 위세가 강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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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1시50분 스마트폰 날씨앱으로 견주어 본 세계 날씨.

하지만 날씨에 미치는 지형 효과를 고려하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2일 아침 영하 22도까지 떨어진 철원군 임남면의 경우 고도가 1000m 정도인 고지대이기 때문에 온도가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영하 22.6도를 기록한 설악산의 경우 해발 1596m에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곳들에 견주면 블라디보스토크는 지형이 낮고 상대적으로 바람이 약한 항구 지역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러시아지만 시베리아 중부 지역인 두딘카는 오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4도, 낮 최고 기온은 영하 21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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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 뱅크.

러시아보다 춥냐, 안 춥냐를 떠나서 이번 한파는 대단히 매섭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가벼운 실내운동과 적절한 수분섭취, 고른 영양분을 가진 식사를 권합니다. 실내 적정온도(18~20도)를 유지하고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고요. 외출 전에는 꼭 체감온도를 확인하고 장갑, 목도리, 모자, 마스크, 내복 등을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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