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등학생이 벌인 50조원의 사기극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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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비트코인 가격은 2,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올 초 100만원 정도에 불과했던 가격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할' 정도로 폭등했다. 그리고 11일인 오늘 비트코인은 1,900만 원까지 하락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할 때의 기준이며 이 글을 읽을 때와 공유할 때 각각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롤러코스터처럼 들쑥날쑥했던 가격을 두고 같이 터져나온 이야기가 있다. 바로 한 고등학생이 '비트코인 사기극'을 벌였다는 이야기와 '비트코인이 하드포크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 과연 요 며칠새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간단한 사건이지만 그 배경은 복잡하다.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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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자들 사이엔 중요한 이슈가 있었다. 12일 내지 13일에 비트코인이 하드포크 된다는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드포크 작업이 이뤄지면 당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원래의 비트코인에 더해 새로운 비트코인이 하나 더 생긴다. 새로운 코인의 가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시장에서는 호재임이 틀림 없다. 실제로 기존에 하드포크로 갈라져 나온 코인인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골드는 각각 160만원, 30만원 가량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하드포크 이슈는 비트코인 가격 폭등을 견인했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 왜 하드포크가 되면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되는 걸까?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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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거래에서는 A와 B의 거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필요하다. 보통은 은행이 이 역할을 수행했다. A가 B에게 100만원을 입금하면 그 기록은 은행에 남게 되고 은행은 이 기록이 훼손되지 않게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블록체인은 이 개념을 뒤집어버렸다. A와 B의 거래를 모두에게 다 공개한다면? B가 A에게 100만원은 받지 않았다고 발뺌해도 모두가 그 둘 간의 거래 사실을 확인해준다면 B는 거짓말은 효용이 없게 된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의 모든 거래정보를 담은 일종의 공공 장부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하면 기존의 거래내역은 암호화되고 새로운 거래내역에 더해 새로운 블록이 형성된다. 이해하기 어렵다면 '공공 장부'란 개념만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기존의 거래 내역이나 블록체인에 이의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블록체인을 개발한 나카모토 사토시는 자신의 논문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거래장부만 유효하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장부는 도태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The proof-of-work also solves the problem of determining representation in majority decision making... If a majority of CPU power is controlled by honest nodes, the honest chain will grow the fastest and outpace any competing chains.

-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Satoshi Nakamoto

즉 기존의 블록체인에 대해 A의 거래내역과 B의 거래내역이 포함된 각각의 장부가 등장했고, 서로 진위를 주장하는 가운데 전체 사용자의 과반이 A장부의 거래내역이 유효하다고 '증명'하게 되면 A장부만 유효하게 된다. 문제를 이 경우에도 B장부가 폐기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하드포크'는 새로운 장부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새로운 장부를 만드는 이유에는 보안의 문제도 있고, 기존 비트코인의 운용방식이 너무 무거워서도 있다. 다만 새로운 장부를 만들게 되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기존의 장부에도, 새로운 장부에도 자신의 비트코인 보유 여부가 기록되게 된다. 만약 나뉜 두 거래장부가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면 이 '하드포크'에 의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코인은 두 배로 불어나게 되는 거다.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면, 비트코인의 '하드포크' 이슈는 꾸준히 있었다. 지난 8월엔 비트코인 캐시가, 11월엔 비트코인 골드가 각각 하드포크로 분할돼 나왔다. 그리고 지난달 말 '비트코인 플래티넘'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또다른 하드포크가 12월에 예정되었다며 홍보했었다.

그런데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트위터 계정이 느닷없이 한글로 된, 내용도 이상한 트윗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일 이 계정은 “그러게 누가 비트코인 사랬냐 숏 개꿀띠”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어 오후 6시께에는 “죄송합니다. 사실 스캠(속임수)코인 맞습니다. 500만원 벌려고 그랬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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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포크가 당연히 '오피셜'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추적을 시작했고 이 트윗을 남긴 게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리고 11일 새벽, 이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서야 알고 사과문과 경고문 올립니다. 저 때문에 비트코인으로 피해 보신 분들 많은 거 압니다. 잘못 인정합니다" 라고 언급한 뒤 "합성하시고 놀리시는분들많으신데 진짜 장난안치고 사진 합성하시고 사진 마음대로 페이지에 올리시는분들 고소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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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포크 이슈를 믿고 비트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의 분노,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자신들은 '숏 포지션'*으로 이득을 보았다는 사실에 대한 박탈감이 불거졌다.

*숏포지션는 우리 말로는 공매도의 개념이다. 가령 비트코인이 2,500만원까지 올랐을 때 일단 비트코인을 빌리고 매도주문을 해 되판다. 그러면 판매자는 2,500만원이 수중에 생긴다. 이후 계약된 기간까지 빌렸던 비트코인을 다시 되갚는다. 만약 비트코인이 1,000만원 까지 떨어졌다면 1,000만원에 비트코인을 사 되돌려주면 된다. 여기서 시세차익 1,500만원이 생긴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건 당시 몇몇 투자자들은 서브프라임 채권이 부실채권이 될 것을 예측해 이를 공매도 했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벌어들였다. 영화 빅쇼트에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현재 비트코인 플래티넘 트위터에는 한국어로 된 해명이 올라왔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의 캡처 형식으로 떠도는 글이나 저희 개발진의 명의로 올라오는 글의 대부분이 합성이거나 거짓이며, 저희는 오늘 이전까지 질문글이나 홈페이지 번역을 제외한 모든 글을 한글로 올린 사실이 없다”며 "현재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개발진이 저희 개발팀에 합류한건 사실이나 일부에 속하며 저희 프로젝트는 현재 미화 10000불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서버비용이나 유지보수 비용등 제반비용에 쓰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현재 상황이 심각하여 저희 프로젝트 개발진 내부에서 회의를 거친 끝에 한국어로 올리는것을 결정하게 되었다"며 "현재 비트코인 플래티넘에 대한 사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늘 오후 6시경에 공식 입장문을 다국어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 진위여부는 판명되지 않았다. 이 계정은 11일 여섯시에 공식 입장은 밝힌다고 언급했다.

만약 이 모든 게 사기로 밝혀질 경우 한국의 고등학생이 전세계를 상대로 벌인 50조 상당(폭락한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사기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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