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 구속으로 본 법원·검찰 ‘플리바게닝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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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뒤 장씨는 “머리가 하얘진다. 잠시 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라는 말로 당혹감을 드러냈습니다. (▶관련 기사 : ‘국정농단’ 선처 없었다…장시호 징역 2년6개월 법정구속)

장씨의 구속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장씨는 그간 ‘특검 복덩이’ ‘특검 도우미’로 불리며 국정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해 왔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달 검찰도 그에 응답하듯 장씨에게 법정 하한형인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국내법에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이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플리바게닝이 적용됐다는 평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장씨의 법정구속에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검찰의 플리바게닝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말 그럴까요? 플리바게닝에 대해 ‘더 친절한 기자들’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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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장씨는 이날 오전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왼쪽)과 호송차에 오르는 모습(오른쪽).

한국 검찰도 플리바게닝 도입하려 했다

플리바게닝은, 수사 기관이 자기 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를 증언하면 그 대가로 처벌을 감경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도 제한적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와 법체계가 유사한 이웃 나라 일본 역시 내년 6월부터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력하면 검찰이 구형량을 줄여주는 ‘사법거래’가 도입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형사소송법에는 플리바게닝이 없습니다.

한국 검찰도 플리바게닝으로 불리는 ‘내부증언자 형사면책 제도’를 도입하고자 했습니다. 조직폭력배나 기업 부패 등 조직적인 범죄에 가담한 내부자가 유사 범죄 방지나 공범 검거를 위해 결정적인 증언을 한 경우 형사 책임을 면제해주거나 형량을 감면해주는 제도입니다. 2011년 법무부가 입법을 추진했지만 수사 편의주의 등의 지적을 받으며 무산됐습니다. 검찰은 2016년 범죄의 다양화·첨단화를 이유로 또 다시 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입법이 추진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또다시 검찰은 이 제도를 검토해볼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장씨가 법정 구속된 6일,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 도입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형법에 플리바게닝이 제도화되어 있진 않지만, 기소 과정에서 검사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어 사실상 플리바게닝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수사 협조자에 대해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기소를 하더라도 형을 낮춰 구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시호씨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장시호 1년6개월 구형은 사실상 플리바게닝?

그렇다면 검찰이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장시호씨에게 구형한 징역 1년 6개월은 혐의에 견줘 어느 정도 무게일까요?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여원을 내도록 강요한 혐의(집권남용, 업무상 횡령,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면, 5억원이상 50억 미만 상당의 사기죄는 최하 징역 1년6개월부터 징역 4년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장씨처럼 여러 혐의를 동시에 받는 경우 가장 무거운 형의 절반까지 형량이 가중되기도 합니다. 업무상 횡령과 사기 혐의는 각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장씨는 최소 징역 1년 6개월에서 최대 징역 15년에 처해질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양형기준 상으로 가장 낮은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사실상 플리바게닝을 적용한 것입니다.

장씨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특검 복덩이’로 불렸습니다. 이모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증거가 담긴 태블릿PC를 특검에 제출했고,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명 휴대전화로 통화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전화번호까지 제보했습니다. (▶관련 기사: 특검 결정적 순간마다 ‘장시호’가 있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내밀한 관계 등을 상세히 진술해 실체적 진술 규명에 기여한 점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상 법원의 양형이 검찰의 구형 이하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법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법원은 장씨가 검찰 수사에 협조했지만, 범행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도 장씨라고 짚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협의22부(재판장 김세윤)는 “최씨 조카로서 최씨 영향력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이를 이용해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후원금을 받았고, 그 중 3억원을 횡령했다. 적어도 범행 즈음에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이 장씨”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범행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20억원이 넘는 거액인 점을 고려하면 수사나 재판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해도 죄가 무거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지요.

플리바게닝 둘러싼 법·검 갈등 때문?

사실 플리바게닝을 둘러싼 법원·검찰 갈등은 처음이 아닙니다. 법원은 2016년 뇌물죄로 기소된 KT&G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일한 증거인 증인의 진술을 배척한 건데요. 증인의 진술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관련 기사 : 법원·검찰 플리바게닝 갈등) 당시 검찰은 “이런 식으로 무죄가 선고되면 부정부패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장시호씨의 법정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은 ‘장씨는 봐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플리바게닝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나라들이 플리바게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장시호씨 같은 사례만 있을까요? 안 그래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재벌 등 경제 사범들이 제도를 악용할 우려는 없을까요? 게다가 한국 검찰이 다른 나라와 달리 기소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데 플리바게닝까지 가진다면 재량권이 넘치는 것 아닐까요? 갈 길이 아직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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