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끝내 한화 김동선 처벌에 실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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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김승연 회장(66)의 3남 김동선(28)씨가 술에 취해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을 폭행하고 폭언을 퍼부은 사건에 대해경찰이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른 판단을 내린 것 같다.

'뉴시스'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자리에 있었던 변호사들과 술집 종업원 등을 조사한 결과 김씨가 술자리 내내 위압적 행태를 보였다기보다 오히려 무시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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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9월말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술집에서 열린 김앤장 신입 변호사 10여명의 친목모임에 동석했다. 김씨는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변호사들이 부축하자 그는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자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 두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할 수 없다.

경찰은 수사를 이어갔다. '희망'은 강요죄였다. 김씨가 한화 계열사 직원도 아닌 김앤장 변호사들에게 "날 주주님이라 부르라"고 한 부분에 대해 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 김씨를 처벌할 수 있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형법상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행위다.

하지만 경찰은 최근 '강요죄 적용은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김씨가 변호사들에게 술자리 내내 무시당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시 술자리에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대화에 끼지도 못한 채 혼자 술을 마셨고, 그의 건배 제의에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가 술에 취해 바닥에 쓰러졌을 때도 일으켜세우거나 하는 이가 없어 술집 종업원이 '사람이 쓰러졌는데 너무한 거 아니냐'며 대신 일으켜 세울 정도였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변호사들은 서로를 "△△△변호사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김씨는 올해 초 한화건설 팀장으로 재직하다 폭행 사건으로 해고돼 마땅한 직책이 없다. 이에 김씨는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라는 의미로 "날 주주님이라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강요하는 맥락이 아니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김씨 문제를 공론화하거나 정식으로 항의하지 않은 이유도 갑질 피해로 느꼈다기보다 처음부터 김씨의 존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변호사들은 술버릇이 나쁜 김씨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 1월5일 서울 청담동 한 술집에서 아무 이유없이 종업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3월8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에 새로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집행유예형을 다시 받기 힘들다. 따라서 김씨가 '변호사 폭행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벌금형을 받지 않는 이상 실형을 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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