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단의 도핑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가 보복을 두려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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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 OLYMPIC
The Olympic rings are seen on the facade of the Russian Olympic Committee (ROC) building in Moscow on December 05, 2017.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 meets from Tuesday, December 5, 2017 to decide whether to bar Russia from the 2018 Winter Olympics for doping violations, in one of the weightiest decisions ever faced by the Olympic movement. / AFP PHOTO / Kirill KUDRYAVTSEV (Photo credit should read KIRILL KUDRYAVTSEV/AFP/Getty Images) | KIRILL KUDRYAVTSEV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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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리 로드첸코프(Grigory Rodchenkov) 박사는 2016년 조국 러시아를 탈출해 미국으로 왔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 정부가 자국 선수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도핑(doping) 혜택을 준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의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참가 금지를 선언한 날, 로드첸코프는 변호인을 통해 "푸틴 정부가 자신과 가족들에 대해 보복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로드첸코프의 변호인인 짐 월든(Jim Walden)은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그는 러시아에 머물러야 하는 가족들의 신변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드첸코프의 가족에 대한 보복 시도가 있을 수 있으니 전 세계가 지켜봐달라"고도 덧붙였다.

월든은 "크렘린(러시아 정부)이 로드첸코프를 아주 껄끄러운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게 확실하다"며 "로드첸코프가 남은 생애동안 러시아로부터 감시당하며 살 것이라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로드첸코프는 러시아 정부의 '반도핑 실험실(Anti-Doping Centre)'의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2016년 뉴욕 타임즈를 통해 러시아의 도핑 의혹을 처음 폭로했다. 2017년에는 넷플릭스(Netflix)의 다큐멘터리 '이카루스(Icarus)'에서는 자국의 선수가 처벌 받는 것을 막기 위해 수천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수백 개의 약물 표본에 손을 댔다고 말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로 소개된 바 있다.

IOC는 지난 5일(현지시각) 러시아 올림픽위원회가 평창 통계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비탈리 뭇코(Vitaly Mutko) 러시아 체육담당 부총리를 포함한 러시아 고위관료 2명이 올림픽 경기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영구 제명했다. 다만 러시아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등 중립적인 자격으로 제한된 경기에 참여할 수는 있다.

러시아 정부는 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다양한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러시아 정부의 관계자들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해왔다.

러시아 언론
에 따르면, IOC의 출전 정지 조처 하루 뒤에도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거에 로드첸코프를 "추악한 평판을 받는 독신 남성"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미국으로부터 로드첸코프의 신병을 인도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미국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

월든은 (러시아의 신병 인도 요구에 대해) 지난달 CNN에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복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정책이다"라며 "러시아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로드첸코프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든은 지난 6일(현지시각)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러시아가 내부 고발자에 대해 보복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 정부의 정부 비판론자들에 대한 탄압은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인 '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은 홈페이지에 이러한 러시아의 상황에 대해 "구 소련 시대보다 더 억압적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감시단은 "러시아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유로운 표현과 의회활동과 연설에 대해 강력한 통제를 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비평가를 침묵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간에 주목을 받는 사건이 여럿 발생한 가운데, 내부 고발자와 반정부 인사가 투옥되거나 살해되기도 했다. 영국계 투자펀드 허미티지캐피털의 모스크바 사무소에서 일한 변호사인 세르게이 마그니츠키(Sergei Magnitsky)는 2009년 러시아 관료들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부패를 저지른 의혹을 폭로한 뒤 감옥에서 사망했다. 그의 사망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전 세계적인 비난을 촉발했고, 미국이 러시아의 인권 탄압자에 대한 경제 제재까지 나서는 사태로 이어졌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직전에도 정부와 올림픽 개최를 비판해온 환경운동가가 수감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푸틴 대통령과 통합 러시아당에 대한 솔직한 비판을 내놓으며 '푸틴의 정적'으로 불린 정치인이 모스크바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해에는 전직 국회의원이 푸틴 정부의 타켓이 됐다는 말을 전해들은지 한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키예프(Kiev)에서 살해되는 일도 있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로드첸코프는 변호인을 통해 러시아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받는 처벌이 "공정하고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든은 "로드첸코프는 러시아가 병 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맑은 러시아 선수들이 병 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전 세계가 반도핑 확산에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길 바란다...그는 확실히 러시아를 매우 사랑하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를 위한 어떠한 형태의 일도 맡을 뜻이 있으며, 자신의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로드첸코프는 러시아를 떠난 뒤 가족과 연락이 제한적으로 닿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든은 "급변하는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처럼 로드첸코프에게도 좋은 날이 있고 나쁜 날도 있다"며 "그에게는 가족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진실에 직면하기보다 이 사건의 놀라운 깊이에 가라앉아 버렸다. 홀로 떠나온 로드첸코프는 러시아 정부가 그의 가족을 올바르게 대해주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Russian Olympic Doping Whistleblower Fears Putin Will Retaliate Against His Family'을 번역·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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