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노동시간 지난해 172시간 짧게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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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man holding clock against white background. | baona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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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41시간일까, 2069시간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긴 한국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이 과소 계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제비교에 쓰이는 연간 노동시간을 집계하는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 전망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5일 발표할 ‘통계청 마음 내키는 대로 줄어드는 한국의 노동시간’ 보고서에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241시간인데, 오이시디에 제출한 자료는 이보다 172시간이나 짧은 2069시간으로 보고했다”“노동시간은 취업자에게 직접 질문해 답변을 얻는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기업에 묻는 사업체 조사를 반영해 오이시디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연간 노동시간을 조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 조사로 만 15살 이상 취업자에게 매달 15일이 들어 있는 한 주의 노동시간을 묻고 있다. 또다른 방법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가 있다.

5인 이상 사업체의 사업주에게 직원들의 월 노동시간을 묻는 방식이다. 이런 두 가지 방식은 응답자(취업자-사업주)와 조사 대상(취업자-임금노동자), 조사기간(주-월)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다르다.

통계청은 고용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로 임금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을 파악하고, 경제활동인구 조사로 자영업자의 노동시간을 파악해 오이시디에 제출하고 있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는 한달 단위로 노동시간을 집계하기 때문에 주당 노동시간을 조사하는 경제활동인구 조사보다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활동인구 조사는 고용률, 실업률 등을 생산하는 국가의 일자리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데 유독 노동시간만 이 통계를 활용하지 않는다”며 “노동시간이 축소된다는 지적이 많은 사업체 조사 통계를 오이시디 작성 방식으로 새로 도입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통계청이 사업체 조사를 활용해 오이시디에 통계를 제출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198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은행(2000년 이전)과 통계청(2000년 이후)은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바탕으로 오이시디에 취업자 연간 노동시간을 제출해왔다.

하지만 기존 노동시간 집계 방식에는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었다. 노동시간이 주당 30시간 미만인 취업자에는 0.5의 가중치를, 30시간 이상 취업자에는 1의 가중치를 부여해온 것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경제활동인구 조사는 한 주의 노동시간을 조사하는데 설, 추석 등 휴일이 없는 경우가 많아 연간 노동시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과대 계상될 수 있다. 또 자영업자 등은 노동시간을 늘려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과거 한국은행이 연간 노동시간 통계를 내던 시절부터 가중치 부여 방식을 써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시간제 취업자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연간 노동시간을 왜곡하는 문제점을 낳는다. 실제로 주당 30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1990년엔 전체 취업자 대비 4.5%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10.7%로 늘어났다. 국제비교에 쓰인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이 오랜 기간 과소 추계돼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엔 나라마다 오이시디에 제출하는 연간 노동시간 조사 방식이 다르다. 사업체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나라(미국)도 있고 취업자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나라(영국, 뉴질랜드)도 있으며, 두 방식을 혼합하는 나라(일본)도 있다. 우리나라가 새로 채택한 ‘사업체 조사 기반, 취업자 조사 보완’ 방식은 일본과 같다.

오이시디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35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에 이어 2위다. 오이시디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 길고,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1363시간)에 비해선 706시간이나 더 일한다.

만일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한 대로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바탕해서 연간 노동시간(2241시간)을 작성해 오이시디에 제출할 경우엔, 멕시코와 14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언제든지 오이시디 꼴찌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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