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동안 1시간 자고 근무..."9호선은 ‘기관사들의 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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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열차에서 얼른 내려’라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선명한 목소리였어요. ‘그러면 안 된다’고 버텼죠. 목소리는 계속 ‘이렇게 일하면 넌 죽을 거야. 지금 내려야 너라도 살 수 있다’고 속삭였어요.” 2016년 1월 어느 날 지하철 9호선을 운행하던 기관사 김아무개씨에게 환청이 찾아왔다. 어떻게 기지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당시 김씨는 나흘 동안 1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열차를 탔다.

승객들은 출퇴근 시간이면 숨 쉴 틈조차 없는 서울지하철 9호선을 ‘지옥철’이라고 부른다. 기관사들은 3조2교대를 유지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열차를 몰아야 하는 이곳을 ‘기관사들의 지옥철’이라고 부른다.

3일 오후 1시 인력 충원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4일째 파업을 벌이는 9호선 기관사들을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만났다. 그들은 1주일에 2일은 새벽 4시, 2일은 오후 4시에 출근해 8~9시간을 일한다. 쉴 새 없이 바뀌는 근무시간과 혼잡한 지하철을 혼자 통제해야 한다는 불안으로 그들 대부분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었고 심한 경우엔 환각, 환청, 공황장애 증상, 우울증을 겪은 일이 있다고 호소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 중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12명이다. 이 가운데 30대 젊은 남자 4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개통 9년 동안 기관사 148명 중 88명, 절반이 이곳을 떠났다. 기관사 김아무개씨는 “회사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지친 사람들에게 당근을 줄 수 없으니 채찍을 휘둘렀다. 서울교통공사 채용 시험일과 같은 날 휴가를 내면 관리자가 불렀다. 다른 곳에 지원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배신자, 쓰레기’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9명밖에 되지 않는 여성 기관사의 건강 상태도 위험하다. 지난달 10일 개화기지에 도착한 열차에서 운전하던 여성 기관사가 실신한 채 발견됐다. 2015년에도 과로에 지친 한 여성 기관사가 운전을 마치자마자 기절하는 일이 있었다. 기혼 여성 3명 중 2명이 유산을 경험한 일이 있고, 그중 1명은 2번 유산했다. 한 기관사는 “휴게시간이 부족해 기관사들은 화장실에 가지 못한다. 남자들은 그나마 비닐봉지라도 들고 타는데, 여자들은 그럴 수 없으니 아예 물을 먹지 않고 터널에서 8시간을 버틴다”고 했다.

박기범 노동조합위원장은 “몸이 좋지 않을 땐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절대인력이 부족해 아무도 쉰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일하다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보다 대형사고를 낼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고 했다.

노조는 49명 인력 충원을 요구해왔으나 회사는 2019년까지 15명을 충원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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