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수문만 열었을 뿐인데...백로·왜가리가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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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3개 보 수문 개방 뒤 공주보 하류 유구천 합수부 지점에서 관찰된 백로와 왜가리의 모습.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절망 속에서 희망을 엿보았어요. 강물이 흐르자 왜가리와 백로가 돌아왔어요.”

지난달 28일 양준혁 대전충남녹색연합 간사는 금강을 찾았다. 지난 6월 공주보만 수문을 열었을 때는 별 변화가 없던 금강이었지만, 지난달 13일 세종보와 백제보까지 수문을 열자 물 속에서 썩어버린 강의 민낯이 모습을 드러냈다. 5년 동안 꽉 막혔던 물길이 트이면서 드러난 금강의 몰골은 처참했다. 세종보 수위는 1.5m가량 낮아졌고, 강바닥은 그동안 쌓인 저질토로 악취가 코를 찌르는 펄 상태로 변해 있었다. 세종보 인근 펄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텁게 쌓여 있었다. 펄에서는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시궁창 같은 오염이 심한 물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1일 양 간사는 “세종보 쪽 강 가장자리는 펄이 깊어 강변으로 나온 조개를 잡아 물속에 넣어주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인력들도 작업을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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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공주보 하류의 유구천과 금강 본류 합수부 지점에 운동장 크기보다 넓은 모래톱이 형성돼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그러나 그는 절망 속에서 희망도 엿보았다고 했다. 공주보 하류 유구천과 금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드러난 모래톱을 예로 들었다. 수문을 개방해 강 수위가 낮아지자 지천에서 들어오는 물이 펄을 씻어내며 깨끗한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모래톱은 백제보 상류 왕진교 밑에서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다슬기도 다시 보였다.

흐르는 금강이 바꾼 풍경은 ‘새’였다. 4대강 사업으로 자취를 감췄던 새들이 금강을 다시 찾고 있었다. 매일 금강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기자는 “4대강 사업 뒤 강에 오는 새는 깊은 물에서 먹이를 찾는 민물가마우지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낮은 물에서 먹이를 찾는 백로와 왜가리 같은 긴다리 조류들이 늘고 있다. 모래톱이 잠기면서 자취를 감췄던 백할미새도 수십 마리 목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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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3개 보 수문 개방 뒤 백제보 상류 왕진교 밑에 모습을 드러낸 모래톱. 대전충남녹색연합 제공

흐르는 강물과 날아가는 새들이 금강을 조금씩 바꿔 놓고 있지만, 4대강을 되살리는 정책 결정에 시민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 ‘4대강 모니터링 상황실’ 민간 전문가 자문단에는 교수 등 학자만 참여하고 현장을 감시하는 활동가·환경단체는 배제돼 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보 수문 개방 뒤 모니터링은 행정기관 중심이고, 관계 기관이 진행하는 분야별 모니터링도 시민에게 전혀 공유되지 않는다. 4대강을 되살리기 위해선 관료와 일부 전문가가 주도해 벌인 4대강 사업과는 달라야 한다. 현장과 시민 목소리를 듣고 함께 소통하면서 진행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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