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꼬집는 스페인 청년의 ‘촌철살인'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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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컷에 ‘아!’ 하고 이마를 탁 친다.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정치인들, 직원의 열정을 착취하는 기업가들,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성들, 태어날 때부터 격차가 벌어진 불평등한 사회…. 그림은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쉽게 질문하지 못하는 일에 묵직한 ‘직구’를 던지고, 무심코 지나쳐왔던 문제를 다시금 환기하게 한다. 한 컷, 한 컷 넘기다 보면 시원하면서도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무한경쟁, 소비지상주의, 성차별 등이 만연한 사회의 폐부를 꿰뚫는 글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이 더해졌지만, 이 그림의 작가는 1987년생 스페인 청년 다니엘 꼬르네호다. 한글을 독학하다가 한국에 와서 ‘한국문학 번역’ 과정까지 배웠다. 16만 8000여명에 이르는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말을 분석하며 영감을 받는다”는 그는 한글로 팔로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그림을 그린다. 그의 한 컷이 올라올 때마다 “볼 때마다 머리가 띵하고 곱씹어보게 된다”(@shw******), “통찰력이 뛰어나신 것 같다. 항상 감탄한다”(@grr****), “한 장면으로 모든 게 설명된다”(@eeu***), “진짜 소름돋는 문장이다”(@hap********)와 같은 반응이 뒤따른다.

그림이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 3월에는 그림을 모아 책 <번개-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도서출판 쿵)를 펴냈다. '한겨레'는 30일 다니엘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현재 스페인에 살면서 그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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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를 부탁해요
“‘다니엘’이라고 하는 스페인 작가예요. 그런데 사실은 작가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몇달 전에 한국에서 <번개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번뜩이는 이야기>라는 일러스트레이션 책을 출판했지만, 요즘은 백수고 취미로 그림을 그려요. 앞으로 제 그림을 신문이나 잡지에 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문학번역원’이라는 데에서 2년 동안 공부했지만 아직 제가 번역한 작품이 출판된 적은 없어요.”

- 한국은 왜 오게 된 건가요?
“한국인 친구 때문에 한국말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한국말을 공부하러 한국에 갔어요.”
(다니엘은 서강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한국문학 번역을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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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이 그림을 모아 펴낸 첫 책

- 그림을 보면 한국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단 느낌이 들어요.
“글쎄요. 제 그림을 보고 제가 한국 사회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렇게 잘 알지 않아요.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 일반화하지도 못할 것 같고요. 제 그림은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그림이에요. 스페인 사람이든, 한국이나 미국 사람이든 제 그림을 보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부러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렇게 그리는 거에요”

- 어떤 계기로 그림을 그리게 됐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렸어요. 그냥 좋아해서 그리는 거예요.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은 사회를 분석하다가 비윤리적인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 문제를) 반대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는 것 같아서 그리게 됐어요. 페미니즘 그림처럼요. 요즘은 이런 그림을 그리는 일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어요.”

- 페미니즘 관련 그림을 여러 장 그리며 호응을 얻고 있어요.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가요?
“사회를 들여다보면 여성이 가부장제의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한 피해를) 당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저는 그림을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기로 했어요. 인구의 절반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한국과 스페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물론 문화적으로는 당연히 차이가 있어요. 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면 한국과 스페인의 차이가 크지 않아요. 두 나라 다 같은 경제 제도(자본주의)가 있다 보니 사람들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죠. 가부장제, 소비지상주의, 외모, 끊임없는 경쟁 등이 (두 나라에서 모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그냥 생활 속에서요? (웃음) 뉴스나 책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도 있고요. 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 한글을 사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한국말을 연습하고 싶어서 썼어요. 그런데 한국분들한테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계속했어요. 한국에선 아무래도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외국인들이 인기가 좀 많은 것 같아요. 한국에서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사람들이 신선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고요.”

다니엘은 더 많은 한국 독자들과 함께 그림을 공유하고 싶다는 요청에 기꺼이 응했다. 그의 작품 일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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