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울고 싶을 때 눈물 쏙 빼는 책,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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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
Tears. Cry or grief feeling | supershabashnyi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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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뭔가 맺힌 거처럼 답답하고, 울고 싶을 때 사람들은 더 슬픈 것들을 찾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실연의 아픔을 당한 이들이 발랄한 남성 듀오 노라조의 ‘고등어’ 같은 노래를 듣는 걸 본 적이 있나?

대부분,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같은 슬픈 노래를 들으며 펑펑 운다.

주변에선 아무리 “청승 떤다”고 해도 소용없다. 한바탕 울고 난 뒤 후련함은 창피함 정도는 잊게 만든다. 각자 취향이 다른 만큼 슬픔을 안겨주는 것도 각양각색이다. 슬플 때, 눈물 쏙 빼고 싶을 때 무엇을 찾게 되는지 각계각층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작품으로 인한 눈물은 주로 추억이라는 샘에서 흐른다. 남들이 펑펑 울면서 봤다는 영화가 그럭저럭한 적도, 혼자서 눈물 쏙 빼느라 민망한 적도 있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 유쾌할 작정으로 시청한 나를 오열하게 만든 영화는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누구나 한번쯤 어릴 때 가져본 상상 속 모든 것들이 현란하게 펼쳐질 때 나는 넋을 잃고 어린아이처럼 무장해제가 되었다가 영화 속 등장인물 ‘빙봉’(주인공이 어릴 때 상상했던 동물)과 헤어질 때 울어버렸다.

어른이 될수록 눈물은 어지간해선 참아내는 것이기에, 내 안의 모든 긴장이 풀려버리면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어버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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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양이 에세이 '히끄네 집'을 꺼내 읽는다

책을 보고 대놓고 울어버리고 싶다면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추천하겠지만, 덮고 나서 가만히 있다가 문득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경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히끄네 집'을 소개한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 책이 등장하기 전부터 애묘인들 사이에선 필독서로 자리잡은 ‘히끄네 집’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길고양이를 만나 서로 둘도 없이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에세이다. 사무칠 만큼 소중한 것을 가진 사람에게 동시에 주어지는 상실의 두려움이 곳곳에 느껴져서, 나의 사무치게 소중한 사람들과 고양이들이 아려서, 하염없이 울었다.
- 김이나(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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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햇빛 속의 여인’을 본다

슬플 때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햇빛 속의 여인’을 본다. 나체로 침대에서 걸어 나와 동트는 해를 바라보며 담배를 태우는 여성이 그려진 작품이다. 어떤 연유로 이른 새벽 옷도 걸치지 않은 채 지긋이 해를 바라보며 서 있는지 궁금해지다가, 과거에 연연하고 싶지 않은 눈빛과 타들어가는 담배에 나를 대입하게 된다. 생각의 끝자락에는 끝난 사랑이라든가, 다시 좌절된 기회,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최근 뉴욕에 가서 직접 보고 왔는데 실제로 보니 감정이 더 살아났다.
- 임지선(독립 큐레이터)

3. 사랑의 아픔을 겪을 땐 이소라의 '눈썹달' 앨범을 들었다

사랑의 아픔을 겪을 땐 이소라의 '눈썹달' 앨범을 들었다. ‘바람이 분다’가 실려 있는 앨범이다. 앨범 자체가 실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지쳐 있을 때면 이병우 기타 연주곡 앨범을 듣는다. 가만 듣고 있으면, 슬픔의 노스탤지어가 느껴진다. 슬픔에 잠기며 그동안 경험을 곱씹어 보게 된다. 마음이 격렬하게 요동치면서 슬픔이 끓어오르면 인디밴드 ‘할로우 잰’의 음악을 듣는다. 통곡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감정 정화에 도움이 된다.
- 서정민갑(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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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극 '사랑을 주세요'를 보면서 소리 죽여 울었다

2010년에, 극단 여인극장의 '사랑을 주세요'라는 연극을 보면서 소리 죽여 울었던 적이 있다. 아무 기대 없이 대학로에 갔는데 생각보다 화려한 출연진에 놀랐다. 집안의 애물단지 지적장애를 가진 벨라 고모 역에 정경순, 문제만 일으키는 사고뭉치 삼촌 역에 장두이 등 연기파 배우들이 캐스팅됐었다. 특히 나이는 많은데 아이처럼 구는 지적장애인 역을 정경순씨가 연기했는데 그 엄청난 열연에 감동을 받아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가족 간의 애증을 다룬 닐 사이먼의 희곡 자체도 너무 좋았다.
- 공자관(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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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추천한다

마크 허먼 감독의 1996년 영화 '브래스드 오프'를 추천하겠다. 대처 정부의 탄광 폐쇄 압박에 마을이 흔들릴 때에도 브라스밴드가 굳건하게 버텨주는 게 마을을 위해서도 전통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상을 받고도 수상을 거부하며 연설하는 장면에서 펑펑 운다. 사람이 고매한 정신과 강고한 의지가 있어도, 먹고살 물적인 토대가 사라지고, 서로 아픔을 나눌 네트워크가 붕괴되고, 인생이 하루아침에 부정당하는 앞에서 ‘정신과 의지와 예술이 다 무엇이람?’이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결국 정신도 의지도 예술도, 인간의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에 복무해야 한다는 걸 한바탕 울고 나면 내가 하는 노동이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를 다시 상기하게 된다.
- 이승한(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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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애절한 사랑도 불같은 사랑도 결국 다 끝나는 영화 두 편

영화 '블루 발렌타인'이나 '노트북'을 본다. 애절한 사랑도 불같은 사랑도 결국 다 끝이 나버리는 스토리를 보면서 슬픔을 달랠 수 있다. 노래는 최근 ‘봉필전자밴드’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진한 복고풍 사운드에 이별 이야기가 들어 있는데, 이걸 듣다 보면 내가 겪은 슬픔도 이미 과거의 것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곽정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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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광화문 연가, 그리고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눈물이 주르륵 흐르게 만드는 노래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최고인 거 같다. 마음을 헛헛하게 만드는 가사와 멜로디가 너무 좋다. 그런 느낌을 갖게 해주는 영화로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있다. 고등학생 때 미성년자 관람 불가인 영화임에도, 3번이나 몰래 극장에 들어가서 봤던 기억이 난다. 평범하지 않았지만, 열정적인 그러나 비극적인 사랑이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 윤소윤(포시즌스호텔 홍보팀장)

8.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일곱번 보며 매번 울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일곱번 봤는데, 볼 때마다 울었다. 인간관계나 사랑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깨닫게 되고 드라마 속 캐릭터 안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관계를 이어나가기도 하고, 깨지기도 하는 과정을 보면서,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이켜보게 된다.
- 송아름(웰콤퍼블리시스 광고기획자)

9.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김광진의 '편지'를 듣는다

가수 김광진의 ‘편지’를 듣는다. 옛날 옛적, ‘남친’이랑 헤어지고 엄청나게 들었다. 실연된 상태에선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부분에선 오열할 수밖에 없다. 이별의 아픔을 겪고 나서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는 게 더 마음이 아프다. 지금도 들으면 반사적으로 눈물이 나온다.
- 오수진(한국방송(KBS) 기상캐스터)

10. 슬픈 동화같은 문형태 작가의 그림을 추천한다

최근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문형태 작가의 작품을 추천한다. 그림 속 얼굴이 대부분 피에로나 피노키오 같은 동화 속 인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슬픔이 배어 있다. 특히 피노키오처럼 뾰족한 코를 보면서 결국, 욕망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보인다.
- 신민(진화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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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눈물샘에서 만들어지는 체액. 98%의 물과 염분과 단백질, 지방질 등으로 구성된다. 안구를 보호하고 시력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슬픔이나 기쁨, 억울함 같은 정서가 극에 달했을 때 흘리는 눈물은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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