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도 없고, 우유도 없는데...어쩌다 딸기우유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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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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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우유에 딸기가 없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유도 안 들어있다고?”

“게맛살에 ‘게’가 안들어 간다는 사실 이후 가장 충격적이다”

28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공유 60종의 조사결과를 접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누리꾼들은 왜 이런 ‘충격’에 빠졌을까요? 조사 결과, 딸기·초콜릿·바나나맛 우유 가운데 25% 제품(15개)에는 원유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유 함량이 절반도 되지 않는 제품 역시 57%(34개) 였습니다.

■ 원유 대신 뭘 넣었을까?

제품 성분표를 살펴봤습니다. 원유 대신 자리잡고 있는 건 탈지분유·환원유(환원저지방우유·환원무지방우유) 입니다. 이것들의 정체가 궁금해졌습니다.

1. 탈지분유 :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제거해 건조한 것. 탈지분유는 지방을 거의 함유하지 않아 지방의 산화가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보존성이 좋다. 1년 이상 장기보관할 수 있다. 제과·제빵, 가공유, 사료용 원재료에 널리 이용된다.

2. 환원유 : 탈지분유를 물에 녹여 버터·버터지방·크림 등을 더해 우유와 조성이 같게 표준화하고 살균·균질 처리한 것.
-자료 식품과학기술대사전

쉽게 말하면, 탈지분유는 원유에서 지방을 빼 건조시킨 것이고 환원유는 탈지분유를 다시 물에 녹여 유지방을 넣은 것입니다. 탈지분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유에서 크림을 분리시켜 72℃로 15초 가량 살균하고 농축하는 등 여러 차례 열처리가 이뤄집니다. 이때 열에 약한 비타민C와 B가 손실되고, 지방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도 비타민A, D 등이 손실됩니다.

컨슈머리서치 관계자는 “환원유와 탈지분유는 원유의 성분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그 성분을 집어 넣는 것”이라며 “업체들은 성분표 상으로는 원유와 동일하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미네랄·비타민A 등의 함량은 신선한 우유에 비해 적거나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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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제품의 원료표기. 원유함량이 0~30%로 낮을뿐 아니라, 가공유의 경우 환원무지방우유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로 표기돼 있다.

소비자들이 더 분노하는 건, 업체들의 애매모호한 용어입니다. 탈지분유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꽤 익숙한 단어입니다. 반면 환원저지방우유·환원무지방우유라는 단어는 생소해, 원유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우유의 원재료는 당연히 젖소에서 짜낸 원유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유는 커녕 가공유였고, 심지어 이같은 사실도 애매모호한 용어로 가렸다는 게 더 화가난다” (누리꾼 서*엄마)

그러나 법률상 원유가 들어가 있지 않은 가공유를 ‘우유’로 표기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2012년 당시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가공유 역시 우유와 성분이 유사해 ‘우유(milk)’로 표기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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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함량이 0%인 가공유 제품 15개 목록. 컨슈머리서치 제공.

■ 제조업체는 “가공유도 우유다”고 하지만

우유 제조업체는 왜 원유가 아닌 가공유를 쓸까요? 원료 보관이 쉬울 뿐 아니라, 맛도 더 뛰어나서랍니다. 탈지분유는 가루로 되어있다보니 원유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또 환원유는 원유보다 느끼한 맛이 덜한데다 맛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한 우유제조업체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물어봤습니다.

- 왜 환원유를 사용하시나요?

“우선 환원유가 우유가 아닌 건 아닙니다. 전지분유·탈지분유를 다시 우유로 만든 게 환원유입니다. 우유는 장기보관이 어려운 제품입니다. 저희가 환원유로 표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원유와 환원유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섞을 경우 환원유로 표기해야 하기 때문이죠.(확인 결과 ㄱ사의 딸기우유는 환원유 75.7%라고 표기돼 있지만, 원유(52%)와 환원유(48%)를 섞어서 쓰고 있었습니다)

- 같은 제품에 커피우유는 원유를 쓰던데요? 보관 때문이라면 커피우유도 가공유를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맛 때문입니다. 모든 제품은 가장 맛있는 맛을 내는 비율이 있습니다. 커피·바나나는 원유를 쓰는 게 좋고, 딸기·초코는 원유와 환원유를 가공하는게 맛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죠”

통화를 해보니 가공유를 쓰는 이유는 보관보다 맛의 영향이 더 커보입니다.

‘가공유도 우유다’라고 주장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는 큽니다. 열처리 등의 가공과정에서 일부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도 문제지만, 주원료인 탈지분유는 원산지 표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저렴한 수입산이기 때문입니다. 컨슈머리서치 조사제품 60개 가운데 탈지분유와 유크림 등의 원산지를 명확하게 표시한 제품은 44종 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40종이 수입산을 사용했습니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들이 우유·밀크 등의 상품명만 보고 원유를 사용한 제품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게 표시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가공유를 절대 쓰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며 “소비자들은 우유라는 제품명 때문에 신선한 우유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고 선택할 수 있게 제품성분표에 가공유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현재 식품위생법·축산가공법에 따라 표기사항을 잘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고객의 알권리가 침해당한다고 하면 홈페이지나 제품에 이를 더 구체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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