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장겸·백종문, 소환 앞두고 스마트폰 파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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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MBC) 김장겸 전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등 전·현 경영진이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각자 자신의 휴대폰을 파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노조)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내용을 폭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문화방송은 올해 2월 회삿돈 1800만원을 들여 하드디스크 전용 파쇄기를 구매했다. 이 장비를 구매하기 전에 문화방송은 오래된 하드디스크 파쇄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겼다. 회사 쪽은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이 강화돼 수시로 파쇄할 필요가 생겼다는 이유로 해당 기기를 직접 구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이 기기는 경영진이 회사에서 지급한 스마트폰을 파쇄하는 데 사용됐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8월14일 김장겸 당시 사장은 자신의 비서를 시켜 회사에서 지급받은 최신 휴대전화 갤럭시 에스(S)8 플러스 파쇄를 지시하고, 실무 부서에 새 휴대전화 지급을 요청했다. 8월22일 백종문 당시 부사장도 앞서 6월에 회사로부터 받은 갤럭시 에스(S)8을 파쇄했다. 같은 시기 김성근·윤동렬·최기화 등 당시 본부장들은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휴대전화를 없애거나 교체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고용노동부의 소환조사를 앞둔 시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앞선 지난 6월 문화방송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 7월까지 현장조사를 했고,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8월 중순부터 임직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최기화 당시 기획본부장(현 사장 직무대행)은 휴대전화 교체 사흘 뒤인 8월17일 소환 조사를 받았고, 8월 수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던 김장겸 당시 사장은 계속해서 거부하다가 9월1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에야 조사에 응했다.

휴대폰 교체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김장겸 전 사장은 지난 10월10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이 전영배 전 문화방송 보도본부장을 소환 조사하고 사흘이 지난 13일에 또다시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노조는 임원진의 휴대폰 파쇄·교체로 인해 회삿돈 700만~1000만원가량이 낭비됐다고 추정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한 증거들을 검찰에 제출하며 김장겸 전 사장 등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임원 11명 중 7명이 동시에 휴대폰을 교체했다는 건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고 이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드러난 것만 이렇다는 얘기다. 얼마나 조직적이고 상습적으로 증거인멸을 해왔는지 모를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장겸 전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사장 직무대행 등은 휴대폰 파쇄·교체에 대한 한겨레의 전화·문자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