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은닉계좌' 눈감아준 박근혜의 ‘지하경제 양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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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과거 박근혜 정부가 운영한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를 통해 국외 은닉계좌를 과세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회장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쪽 말을 들어보면,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한시적으로 운영한 자진신고 제도를 활용해 본인의 미신고 해외금융계좌를 과세당국에 신고했다. 자진신고제도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적으로 2015년 10월1일부터 6개월간 운영됐다. 이 기간에 은닉재산을 당국에 신고할 경우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해주고 조세포탈이나 외국환거래신고 위반 등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도 경감해줬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모두 123개의 국외 은닉계좌가 신고됐고, 신고금액은 2조1342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신고는 했으나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서정보 금융감독원 보험인허가팀장은 “지난 5월 삼성생명에 대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할 때 이 회장의 형사처벌 관련 사실 조회를 진행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진신고 때 정부가 약속한 ‘형사적 관용조처’가 적용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국외에 재산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난 이 회장이 앞으로도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융지배구조법)은 조세범처벌법이나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된 대주주의 경우 10%가 넘는 금융회사 보유지분은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9월 말 현재 이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지분은 20.76%이다. 금융지배구조법이 적용되면, 이 회장은 10%를 초과한 10.76% 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져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사실상 삼성물산(19.34%)에 넘어가게 된다.

금융위는 현재로선 의결권 행사 제한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이 국외 은닉계좌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은데다, 앞으로 같은 사안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금융지배구조법 시행(2016년 8월1일) 이전에 은닉계좌를 신고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배구조법 적용 요건과 관련해 지난 5월 법령해석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논의 결과는 형이 확정된 시점이 아닌 범죄행위가 이뤄진 시점을 적용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선 이 회장에 대한 조처 가능성이 닫힌 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자진신고에 따른 인센티브(가산세 및 형사적 관용 조처)를 짤 때 법무부 의견을 수용해 형사처벌까지 면책되지 않았다”며 “국외 은닉계좌가 다수이거나 은닉재산이 많은 사람의 경우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은닉계좌 중 일부만 자진신고를 하고, 나머지는 현재까지 그대로 은닉된 형태로 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사실이 과세당국의 조사로 드러날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그에 따른 의결권 제한 조처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에 대한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자진신고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을 시인한 것”이라며 “이 사실만으로도 금융위는 이 회장에게 의결권 제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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