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이렇게 호소하는데, 외상센터 예산 왜 줄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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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수술실 이국종 교수가 수술 준비를 하고있는 모습.

“외상센터 지을 때 병원장 면담한 횟수보다 귀순병사 일주일 치료하면서 호출받은 게 더 많았다. 기관전체가 힘들다.”

“지금 중증외상센터 전부 차서 소방방재청에 전달했다. 병실이 다 차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저는 정책을 만들지 못하고 말단 노동자일 뿐이다. 정책의 도구로서 위에서 만들어주는 것까지만 일할 수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말씀드린 건 중증외상센터 등에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 혈세 투입된 외상센터에 대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해 창피할 때도 많다. 저희는 전공의가 없다. 저를 때리고 폼 잡는 의사라고 하는데, 때릴 전공의가 있어야 때리죠. 중증외상센터는 한국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없습니다.

“‘니가 빅5 병원 중 하나였으면 이런 얘기 안 나왔을 거’라는 이야기 들었다.”

“누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하는데. 저는 조직에도 충성하지 않고 사람만 보고 간다.

“정부 정책에 대해 괜히 시골의사가 이야기하면 안 좋은 걸(이야기) 듣는다.”

“(북한 병사에게) 너 해병대 다시 갈래 그러니까, 군대 안 간대요. 그래서 대학가라 그랬어요 좋은 대학. 메이저 병원이었으면 이렇게 브리핑 안 해도 됐다. 지잡대니까 이렇게 비난받고, 우리나라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중증외상센터 만들어서 해야 한다.”

-11월 22일 ‘귀순 북한군 병사 2차 브리핑’ 중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 발언

안녕하세요 ‘더(The) 친절한 기자들’의 이재호 기자입니다.

지난 22일 수원 아주대에서 열린 ‘귀순 북한군 병사 2차 브리핑’에서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작심한 듯 격앙된 목소리로 센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브리핑 중간에 홍보팀장이 ‘빨리하라’며 독촉하자 이국종 센터장은 “팀장님, 제 얘기 좀… 또 제 이름 병원에서 삭제하시게요? 제가 병원에서 받은 연판장 다 깔까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발언과 과정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이국종 센터장의 이러한 호소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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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 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작성된 지 1주일 만에 21만명이 훌쩍 넘는 참여를 이끌어 냈습니다.

25일 오후 현재 ‘조두순 출소 반대’(54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낸 청원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고 권역외상센터와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지원을 늘려달라는 청원글이 1주일 사이 500여개가 쏟아졌습니다. 진행 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이른바 ‘이국종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는 청원글이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가 관련 답변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

청원글을 살펴보면, “우리는 휴전 국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전쟁 발발 위험성이 높은 국가지만 우리나라에서 총상, 파편상 등 중증외상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몇명이나 되나. 시스템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고 의구심을 나타낸 뒤 “(이들은) 타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고 있다. 타 지역 권역외상센터도 소속 병원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의 적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가가 그들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국가는 이들을 어떻게, 무엇으로 지켜줄 수 있을까요? 청와대는 이러한 요구에 어떤 답변을 해야 하는 걸까요? 오늘 ‘더친기’에서 이 부분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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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 지지’를 요청하는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쏟아지고 있다.

■ 권역외상센터란?

권역외상센터가 무엇인지 알아보기에 앞서 우선 외상이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상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받고 돈을 나중에 지불하는 거래 방법으로서의 ‘외상’을 떠올리신 건 아니겠죠?

‘외상’의 사전적인 의미는 몸의 겉에 생긴 상처를 통틀어서 이르는 말인데요. 구체적으로는 외상환자 분류지침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답니다. △성인 기준 6m(3층) 이상 높이에서 낙상 △소아 기준 3m(2층) 이상 높이에서 추락 △시속 32㎞ 이상 자동차 및 이륜차 충돌 △관통상과 자상 △두 군데 이상의 골절 등을 외상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니까 ‘외상센터’는 교통사고나 추락 등과 같은 사고로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를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을 할 수 있도록 전용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전문치료센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센터가 권역별로 설립됐기 때문에 ‘권역외상센터’라고 하는 것이지요.

보건복지부는 35.2%(2010년 기준)인 예방가능 사망률을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20% 미만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2012년부터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현재 전국에 모두 16개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돼 있고, 공식적으로 개소를 해서 운영을 하고 있는 곳은 9곳(가천대길병원, 단국대병원, 목포한국병원, 원주기독병원, 부산대병원, 아주대병원, 울산대병원, 을지대병원, 전남대병원) 입니다.

■ 갈길 먼 권역외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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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외상센터 2017년 상반기 수술 건수.

권역외상센터의 설립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을 하셨죠? 우리가 크게 다쳤을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이 지역마다 있으면 얼마나 큰 안심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설립 취지는 좋으나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2017년 종합 국정감사에서 권역외상센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이런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국종 센터장이 이끄는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는 올해 상반기에만 모두 1173건의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거의 하위 다섯개 권역외상센터가 진행한 수술 건수를 합한 것과 같은 수치인데요. 김상희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권역외상센터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현재 대기 시간이 길다고 해서 경증 치료에 전담 전문의를 활용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꾸짖은 뒤 “복지부가 정확히 점검해서 적발된 병원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환수조처 하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외상 환자를 치료해야 할 권역 외상센터가 본연의 의무를 벗어난 진료를 하고 있다는 건데요.

일각에서는 단순히 수술 건수만 가지고 권역외상센터의 효용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눈을 돌려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 현황을 살펴봤는데요. 권역 외상센터의 전담 전문의 인력 기준인 20명을 채운 곳은 권역외상센터 9곳 중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가천대길병원, 목포한국병원, 부산대병원이 18명으로 2명씩 부족했고, 10명이 채 안되는 을지대병원 권역외상센터(8명)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진이 외상환자가 아닌 경증 환자 진료를 본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권역외상센터 전담의들에게 연간 1억2000만원씩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권역외상센터 외에 정부는 외상세부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서울 지역에 별도로 2곳의 외상수련병원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도 문제가 많습니다. 정부는 매년 수련의 1명에게 7000만원, 각각 병원에 모두 9억∼10억원의 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추석 3살 여아가 개에 물려 이곳 외상수련병원에 전원을 요청했지만 진료를 거절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들 병원 가운데 한 곳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수술방을 늘리기 위해서 (외상수련병원을) 신청했지만 사실상 진료할 수 있는 인원이 없다”며 “위중한 환자가 오면 전원을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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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이렇게 응급의료체계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발생했던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관련 기사: 전원거부로 아이 사망 전북대·전남대병원 권역센터 지정 취소)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 30일 오후 6시께 2살 김아무개 군이 횡단보도에서 후진하던 견인차에 치여 중증외상을 입으면서 시작됩니다. 김군은 골반뼈가 골절되고 내부 장기에 손상을 입은 상태로 전북대병원(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전북대병원은 응급실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고, 영상검사를 담당하는 의료진과도 협진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부상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습니다. 전북대 병원은 김군에 대한 진료를 인근 권역외상센터인 전남대 병원으로 미뤘습니다. 그런데 전남대 병원도 김군에 대한 진료를 거부했고 결국 김군은 다친지 7시간 만에 아주대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수술 도중 숨을 거뒀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후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중앙응급의료위원회(이하 응급위원회)를 열어 전북대병원에 대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전남대병원에 대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하나하나 나열하지 않더라도 미흡한 응급의료 시스템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너무 자명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자료에서 설명하듯 한국의 예방가능 사망률은 35.2%로 미국, 독일, 일본의 10∼20%에 견주어 2∼3배나 높습니다. 그러니까 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이르는 환자가 2∼3배라는 이야기입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를 하는데 마침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의 권역외상센터 관계자가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간단히 소개할까 합니다.

일단 외상센터의 개소 계획부터 보면 석해균 선장 사건(2011년) 이후 정부에서 외상센터 설립을 4000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관심이 사그라들자 지지부진해졌습니다. 최초 계획은 전국에 3~4곳의 대형 외상센터를 개소하여 중증외상환자를 집중시켜 의료진을 집중 트레이닝하고 추후 시기를 보아 지방으로 퍼뜨려나가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정치권의 지역논리에 의해 각 광역시 및 도에 하나씩 설립하기로 결정되어, 최초 예산에서 절반으로 감액된 2000억으로 17센터를 개소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외상외과를 전공한 전문의가 거의 없어 의료진의 양성이 필수적이었는데 외상수술에 숙련되려면 수많은 수술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중증외상환자의 집중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시작부터 17개소는 너무 많았고 현재도 소방과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중증외상환자가 지역응급실로 이송되어 사망하거나 재전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중략)

각 센터마다 환자수의 차이가 있지만 지역적인 차이도 존재하며 수술건수만 보고 나머지 센터들이 환자를 기피하거나 이유없이 전원 보낸다고 호도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원 사유들은 화상환자이거나 (대학병원에서 화상치료를 하는 곳은 전무합니다) 손가락 등의 접합수술, 또는 보호자의 전원 요청 등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오해하시는 것 중에 하나가 병원에서 지원금을 타내려고 센터를 신청했다는 설인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센터로 지정이 되면 국비로 시설비 80억이 지원되고 병원에서도 같은 금액을 시설비로 투자해야합니다. 또한 국가에서는 전문의들 인건비와 교육비를 지원해 주지만 중환자실, 병동, 외상센터 소생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상당히 투자하고 있는셈이죠.

(중략)

제가 만나본 대다수 센터의 외상전문의 선생님들은 대부분 죽지 않아도 됐을 환자를 잃어본 분들이셨습니다. 저마다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아무도 하지 않으려하는 외상에 발을 들인 것이죠. 우리나라 외상의료체계는 이제 걸음마 수준입니다. 이국종 교수님은 본인이 본 선진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려 애쓰시지만 시스템이란 게 금방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많이 힘드신 것 같습니다. 결국 제도가 발전하고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 응원이 필요합니다.

■ 중증외상진료체계 관련 예산 축소…거꾸로 가는 국민건강

이처럼 응급의료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국민건강이 훼손되고 있는데 내년도 외상센터 관련 예산은 대폭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을 보면, 중증외상진료체계 예산이 400억 4000만원으로 올해 예산 439억 6000만원 보다 39억2000만원 줄어들었습니다. 언론 보도와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2016년 외상센터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해 예산협의 과정에서 삭감된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예산 가운데 사용하지 못한 금액은 101억원에 달했습니다. 경남 권역외상센터 설치비용으로 40억원을 책정했지만 신청자가 없어 쓰지 못했고, 외상외과 전문의에게 1억20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전문의를 하려는 의사가 없어서 돈이 남았습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수억원을 준다고 해도 외상외과를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를 수 있을까요?

이국종 센터장이 열변을 토하고, 국민들이 수백통의 청와대 청원을 통해 관심을 보이자 보건복지부도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복지부 권덕철 차관은 “중증외상 관련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되고 있어 권역외상센터와 중증외상 관련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오늘(24일) 지시했다”며 “수가, 급여 기준, 심사 기준 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희가 앞서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여기에 ‘인력 충원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도 꼭 이뤄져야 하겠죠?

우리가 정부에게 어떤 부분을 요구하고, 청와대는 어떤 답변을 내어 놓으면 좋을지 이제 조금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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