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골 은폐' 17일~22일 무슨 일이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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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던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 사건’이 해양수산부 장관과 현장수습본부장도 사전에 보고받았던 것으로 23일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유골이 발견된 17일부터 언론 보도가 나온 22일까지 엿새간 해수부에서 생긴일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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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감사실의 1차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께 세월호 객실 구역에서 빼낸 물건 더미에 붙은 진흙을 세척하던 중 사람 손목뼈로 추정되는 뼛조각 1점이 발견됐다. 국방부에서 파견나온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현장에서 육안으로 사람의 뼈라고 판단했다. 뼈가 발견된 것은 지난 10월11일 이후 처음이었다.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오후 1시30분께 유골 발굴 사실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수습된 희생자의 것이라고 예단하고 비공개를 지시했다. 지금껏 해수부가 수습한 유해는 147건이었는데 추가로 발견된 뼛조각은 조은화양, 허다윤양, 이영숙씨가 등 이미 수습된 희생자들의 유골만 발견된 객실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전날인 16일 미수습자 5명의 유가족들이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며 수색 결과를 기다리는 대신 시신 없는 영결식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김 부본부장은 오후 4시께 이철조 본부장에게 이를 보고하며 말했다. “뼈 1점이 발견됐는데 여러모로 합리적 추론을 해보니 기존 수습자의 유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뼈 주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유골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려 미수습자들의 장례 일정(18~20일)에 혼선을 초래하고 2주가량 디엔에이를 확인하며 힘든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발인과 삼우제(22일) 이후에 전파하자.” 이 본부장은 김 부본부장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음날인 18일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골이 발견된 사실을 모른 채 목포신항을 떠나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렀다. 김영춘 장관과 이 본부장, 김 부본부장 등은 장례식에 참석했다. 20일 미수습자 발인이 끝난 뒤 오후 5시께 이 본부장은 김 장관에게 유골 발굴 사실을 보고했다. 김 장관은 “왜 그동안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고 뼈가 발견되면 통보하는 절차를 즉시 밟으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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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관의 지시는 이행되지 않았다. 꼬박 하루가 더 지난 21일 오후 3시께야 김 부본부장은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했다. 오후 4시50분께엔 조은화양과 허다윤양 어머니에게만 전화해 신원 확인과 처리 절차를 말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 5명에게는 끝내 알리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난 지 얼마 안됐으니 마음이 추슬러지면 그때 말씀드리자”고 김 부본부장이 제안했고 이 본부장이 역시 수긍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자신의 지시가 이행되지 않은 걸 전혀 몰랐다고 했다.

선체조사위를 통해 유골 발굴 소식을 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은 22일 오전 11시20분과 낮 12시께 거꾸로 해수부에 확인을 요청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철조 본부장은 뒤늦게 청와대에 경위를 설명했다. 오후 5시께부터 ‘세월호 유골 은폐한 해수부’라는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추가로 발견된 뼈가 기존에 수습됐던 희생자의 것인지, 아니면 미수습자 5명 중 한 명의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가량 걸린다. 정밀감식 결과 해당 뼈가 미수습자의 것으로 밝혀질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는 “뼈 한 조각이라도 찾겠다고 3년7개월 동안 기다린 사람들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니었다.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먹지도 잠들지도 못하고 가족을 기다린 우리들의 심정을 공무원들이 조금이라도 알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분개했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도 “언론에 보도된 뒤 하루가 지난 23일 오후 1시에야 선체 객실 4층 지장물에서 유골을 발견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알려주면 장례를 안하고 미룰 것 같아서 숨기고 속였구나 생각하니 분노가 치민다. 어떤 사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16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를 비판했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고 선체 인양을 지연시켜온 인사들의 청산과 조직개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그들이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악행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20일날 이미 유골 발견사실을 알고도, 어제까지 밝히지 않은 김영춘 장관이 이번 진상조사의 주체가 될수 없다”며 “지금 김영춘 장관이 해야할 일은 입에 발린 사과가 아니라 사퇴”라고 밝혔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장관이 세월호 유골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20일 오후에 받고도 3일간 은폐한 것은 중대범죄이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고 장관의 직무유기”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 사건의 책임이 있는 김영춘 해수부 장관을 해임하고 대국민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바른정당은 유의동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보고를 받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서서 소상히 밝혀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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