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기업 사장의 생전 장례식...고령화 사회의 ‘종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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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예상치 못하게 담낭암이 발견됐습니다. 폐 등에 전이돼 수술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직 기력이 있을 동안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감사의 모임을 개최하려 합니다.”

대기업 회장의 이례적 ‘생전 장례식’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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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키 사토루 전 고마쓰 사장이 신문에 감사의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낸 ‘생전 장례식’ 광고

생전 장례식을 여는 이는 건설 기계로 유명한 대기업 고마쓰의 전 사장 안자키 사토루(80)다. 안자키 전 사장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실은 광고에서 “남은 시간 삶의 질을 우선하겠다”며 “약간의 연명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1961년 고마쓰 입사 뒤 퇴임한 2005년까지 40여년 동안 신세를 진 이들 그리고 퇴임 뒤 여생을 같이 즐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사장을 역임하고 이후 회장과 고문 격인 상담역을 거쳤다. 퇴임 뒤에는 강연활동 등을 해왔다. <마이니치신문>은 대기업 사장 출신이 생전 장례식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인터넷에서는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뜻의 ‘종활’(終活)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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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키 사토루 전 고마쓰 사장

일본에서 ‘생전 장례식’은 에도 막부 시대에도 간혹 있었다고 할 만큼 역사가 오래됐지만, 활발해진 것은 고령화 사회가 진전된 최근의 일이다. 연예인들이 이벤트 형식으로 여는 경우가 많았다. 전 적군파 의장으로 지난 14일 숨진 시오미 다카야가 2010년 연 생전 장례식도 화제를 모았다. 시오미는 여객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간 1970년 ‘요도호 사건’ 등을 주도한 일로 19년을 복역한 뒤 노년에는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며 시민운동도 했다. 그의 생전 장례식은 오키나와 미군 기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 자금 모금을 겸한 것이었다. 생전 장례식은 주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사후에 작더라도 다시 장례식을 여는 경우도 많다. 시오미의 경우에도 친지들을 중심으로 소규모 장례식이 열렸다.

생전 장례식 자체는 아직 이례적이지만, 2010년께부터 유행한 ‘종활’은 비즈니스로까지 발전했다. 일본은 65살 이상 고령자 비율이 27.7%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인데다가 출산율은 낮아서, 고령자들이 장례식부터 유산 정리까지 스스로 준비해 놓아야 주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생전에 미리 장례식 비용을 치르는 장례식 생전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생전에 묘를 미리 사놓는 경우도 많고, 물품 정리 대행 사업도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종활 사업 시장 규모를 연간 1조엔(약 10조원)대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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