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적폐인가"...귀순 병사 살려낸 이국종 교수 '격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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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저를 두고 '빨갱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친미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요즘에는 저보고 '적폐'라고 말한다."

이국종 교수(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가 '격노'했다. 22일 오전 아주대병원 아주홀에서 진행된 귀순 북한군 병사의 건강 상태와 관련한 2차 브리핑 자리에서다. 그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기적적으로 살려낸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심각한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도 2차례 수술 끝에 목숨을 건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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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 앞서 사과부터 했다.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들을 꺼내 놓기 위해서였다. 그는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하다보면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 오늘 환자브리핑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자괴감 든다. 의사들은 절대 환자들을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 말을 낳는다. 충분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제해왔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교수는 "제가 북한 환자 치료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전에도 더스트오프(미 육군 의무항공기)팀이 (북한 환자)데리고 와 살린 적 있다. 이번에는 소문이 나니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의 인권 중요하게 생각한다. 환자들로 이벤트를 벌여 뭔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느니 (의사)관두고 만다"고 덧붙였다. 이는 귀순 병사 수술과 관련해 인권침해 논란 등 외부의 비난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조항까지 PPT로 준비해 기자들에 보여주며 "제가 헌법을 들여다 본 건 몇십년 만에 처음이다. 제가 환자 프라이버시(privacy)를 위해 동의서도 받는다. 익명성 하에 (수술장면)공개하는 것이다"며 "이런 게 안 되면 대한민국 의료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정말 '환자 팔이' 하는 것이냐"며 일각에서의 비난에 대해 반문하듯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발언 중에 지금까지 일절 공개하지 않았던 석해균 선장 수술 장면도 사진으로 공개했다. 그는 "석 선장은 '외상센터가 발전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바치겠다'고 했다"며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환자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대한민국 수많은 의사가 '이국종이 별것 아닌 환자 데려다 쇼한다'고 비난한다. '니 주제에 신문에 나오고 그러면 되겠냐'는 식이다"며 의학계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에는 저를 비난하는 문자들이 돌기도 했다"며 당시 문자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환자 상태를 듣기 위해 찾아온)기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무릎이라도 꿇겠다. 국정감사 때 비난 글 올리신 분은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다. 제가 빅5 병원의 의사였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시민단체 한쪽에서는 저를 '빨갱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친미주이자'라고 한다. 요즘엔 '적폐'라고 부른다"며 격양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북한 청년이 남한에 와서 보고자 했던 것은 자기가 어디서 다치든 30분 내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보고 온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누구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한다. 전 반대다. 사람만 보고 간다"며 "(언론에서)도와 달라. 도와주지 않으면 한국사회 발전 못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저는)오늘이라도 공문 하나 내려와서 그만하라고 하면 두 번 다시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거다"며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지고 아무런 방해 없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 전달돼 사회가 잘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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