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손을 놓은 사이, 이명박의 '다스 비자금' 공소시효는 3개월 밖에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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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YUNG BAK SMILE
South Korea's President Lee Myung-bak smiles after a news conference during the Nuclear Security Summit at the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COEX) in Seoul March 27, 2012. REUTERS/Kim Hong-Ji (SOUTH KOREA - Tags: POLITICS MILITARY) |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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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비비케이(BBK) 사건을 수사한 정호영 특검이 다스의 120억 비자금을 찾아내고도 덮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언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검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보관 중인 특검 수사기록도 들여다보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다스 비자금’ 공소시효는 3개월 남짓으로 줄었다. 검찰 안에서도 신속한 수사 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1일 “120억 다스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수사 개시를 하고도 남을 만큼 여러 의혹과 단서들이 나온 상태”라며 “특히 다스 비자금을 찾아내고도 검찰에 인계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 처분한 정 특검의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의 특수직무유기에 해당하며 공소시효가 10년이다. 정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가 2008년 2월21일에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이 수사 가능한) 공소시효는 겨우 90여일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특가법은 ‘범죄 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이 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을 인지하고 그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제15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 비비케이특검법에는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은 수사하도록 하고, 기한 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건은 수사 종료 ‘3일 이내’에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인계하라고 돼 있다.

실제로 최초 특검인 옷로비·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부터 최근 국정농단 특검까지 역대 대부분의 특검은 법정 시한 안에 수사를 끝내지 못한 사건을 검찰에 넘겨 계속 수사하도록 했지만, 유독 정 특검은 다스 비자금을 인계하지 않아 추가·계속 수사의 여지마저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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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케이 특검 당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당시 특검 파견 검사들이 다스 비자금과 관련한 상세한 자금추적 결과를 정 특검에게 보고했고, 특검은 특검보들과 여러 차례 구수회의를 한 뒤 알려진 대로 (수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로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고 의심받고 있지만, 이는 정호영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스 소유주를 밝히는 것이 정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유무를 판단하는 전제가 되기 때문에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횡령·배임 또는 조세포탈 혐의 유무는 대통령 재임기간 5년간 정지되는 공소시효를 감안하더라도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시민단체 정의연대 등은 지난 17일 “검찰을 믿을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과 정 전 특검을 각각 횡령·배임과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국정감사에서 “2008년 정호영 특검팀이 덮은 120억원 규모의 비자금은 17개 개인 명의의 총 40개 계좌로 운용되다 특검 종료 이후 다스 명의로 전액 입금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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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검찰은 비비케이특검 수사기록을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주요 관계자는 “그 기록은 자칫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며 “앞서 장용훈 옵셔널캐피탈 대표가 이 전 대통령 등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사건은 다스가 누구 것인지를 밝히지 않아도 수사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직권남용 혐의의 성립 여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이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최근 변창훈 검사 투신으로 이어진 국정원 파견 검사 수사의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부가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특검의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수사하게 되면 당시 특검 파견 검사들도 조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비케이 특검에 파견돼 다스 비자금을 맡았던 검사는 박정식 현 부산고검장(당시 팀장), 차맹기 수원지검 1차장, 조재빈 대검 연구관 3명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지휘부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장호중 검사장(구속) 등 2013년 국정원 파견 검사 3명이 검찰 수사를 ‘방어’하고 ‘방해’하는 수동적 입장이었다면, 이 사건의 경우는 특검이 범죄를 파악하고도 덮어버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라며 “특히 정 특검은 다스 비자금을 검찰에 인계하지 않은 채 자체 종결해 버려 계속 수사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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