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드스터'는 잊어라. 여전히 '모델3'가 테슬라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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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ON MUSK
An employee counts genuine South Korean 50,000 won banknotes in this arranged photograph at the Counterfeit Notes Response Center of KEB Hana Bank in Seoul, South Korea, Aug. 14, 2017. The won advanced for the first day in four as top U.S. national security officials sought to damp down talk of am imminent war with North Korea following days of heightened rhetoric. Photographer: SeongJoon Cho/Bloomberg via Getty Images | Tes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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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희대의 폰지 사기이거나 대박이거나 둘 중 하나다."

미국 최대 자동차 딜러체인 오토네이션의 CEO 마이크 잭슨*은 지난 4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테슬라 시가총액이 제너럴모터스(GM)를 (잠시) 추월한 직후, 이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꺼낸 말이다.

* 딜러를 끼지 않고 모든 자동차를 직접 판매하는 테슬라에 대해 그가 큰 호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폰지 사기는 새로운 투자자로부터 끌어모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나눠주는 형태의 사기 수법이다. 약속했던 수익금을 꼬박꼬박 입금해 기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새 투자자를 끌어모은다. 이론상 새로운 투자자가 계속 유입되기만 한다면 이 사기는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

테슬라가 "희대의 폰지 사기"라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테슬라는 근사한 전기차를 만들고, 더 저렴한 전기차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짓는다. 쉬지 않고 새로운 전기차 구상도 내놓는다. 화석연료를 소모하는 자동차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이 모든 게 그저 고객들의 돈을 편취하기 위한 '사기극'이라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

다만 잭슨의 말 중 귀 기울일 만한 내용도 있었다. 그는 "분명 GM은 저평가되어 있고, 테슬라는 고평가되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지금,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다시 한 번 나오는 중이다.

테슬라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급하게.

tesla

테슬라의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테슬라가 첫 번째 전기차 대형트럭인 '세미'와 함께 '역사상 가장 빠른 자동차'라는 새 '로드스터'를 공개한 후의 일이다. 지난해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발표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우선 지난주의 신차 발표 행사를 자본 확충을 위한 떠들썩한 이벤트쯤으로 여기는 시각이 존재한다. 에드먼즈(Edmunds)의 애널리스트 제시카 콜드웰은 "테슬라로서는 약간의 흥분을 자아낼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 (머스크는) 모든 이들 앞에서 흔들어보일 만한 빛나는 물건이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내비겐트(Navigant) 애널리스트 샘 아브엘샤미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빛나는, 반짝반짝 하는 물건을 내놓아 미디어와 팬들의 시선을 잡아 끈 다음, 그것을 자본을 끌어오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의 결합이라고 본다. (...) 테슬라는 위험한 속도로 현금이 고갈되고 있으며 또 주식을 발행하거나 더 많은 정크본드를 파는 건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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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코웬(Cowen)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오스본은 17일 "본질적으로, 어젯밤 이벤트는 테슬라가 기본 차량(모델3)을 만들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있고 자기자본이 잠식되는 시점에서 일론 머스크가 돈을 써야 할 쇼핑리스트 목록이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테슬라에게는 현금이 필요하다. 블룸버그는 22일 자체 자료를 인용해 지난 1년 동안의 추세를 대입했을 때, (추가 자본 확충이 없다는 가정 하에) 테슬라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2018년 8월6일이면 모두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테슬라의 현금은 1시간마다 48만달러(약 5억2300만원)의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분당 8000달러(약 8700만원)이다.

현금이 필요한 이유는 딱 하나다. 테슬라 역사상 최초의 대량생산 차량인 모델3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동안 생산 규모를 대폭 늘리기 위한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 케빈 티난은 "테슬라가 앞으로 10개월, 1년을 더 살아남으려면, 머스크에게는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빠르게"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꿈과 미래, 그리고 정크본드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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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주(16일)에 있었던 발표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머스크에 따르면, 2020년 생산될 예정인 '로드스터'는 한 번 충전에 무려 620마일(997km)을 달릴 수 있다. 모델S 최상위급 모델*의 두 배에 육박한다. 최고속도는 250마일(약 402kmh)다. 0-60mph에는 불과 1.9초가 걸린다. 현존하는 그 어떤 양산차보다 빠르다.

* 모델S P100D(100kWh)의 주행거리는 EPA(미국 환경보호청) 측정 기준 315마일(약 507km)다.

기본 모델은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누구든 지금 당장 예약할 수 있다. 예약금은 5만달러(약 5500만원)다. 1000대 '한정 생산'될 고성능 모델을 구입하려면 전체 금액 25만달러(5000달러 신용카드 즉시 결제+24만5000달러 10일 이내 송금)를 준비해야 한다.

2019년부터 생산된다는 '세미'는 한 번 충전에 최대 500마일(약 804km)을 주행할 수 있다. 그것도 8만 파운드(약 36톤)의 짐을 실은 채로 말이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되며, 0-60mph에는 불과 20초가 걸릴 뿐이라고 한다. (브레이크 성능은 언급하지 않았다.) 예정 가격은 25만 달러부터. 역시 예약금 5000달러(약 550만원)을 내면 지금 구매를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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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상으로만 볼 때, 두 개의 '신상'은 꽤나 매혹적이다. 물류회사들운전기사들 사이에서 벌써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테슬라에게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동차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단순히 '팬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투자자들 역시 테슬라에 열광한다. 블룸버그는 지난 8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자기의 꿈을 팔고 있다. 채권 투자자들은 눈을 감은 채 그걸 사들이고 있는 듯하다"고 묘사했다. 투자자들과의 미팅에서 머스크가 불과 몇 시간 만에 6억달러(약 6500억원)을 끌어모은 '사건'을 지칭한 것이다.

그 4일 동안 머스크는 18억달러(약 1조9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S&P가 이 회사채에 매긴 신용등급은 정크본드 수준인 'B등급'이었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그만큼 절박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테슬라가 '세미'와 '로드스터' 추가 생산비용을 더해 2018년 중반까지 25~30억달러(약 2조7000억~3조2600억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요한 건 '모델3'다. 여전히 의문스러운.

tesla factory

머스크의 화려한 이벤트는 잠시 잊어도 좋다. 모델3가 성공하지 못하면, '세미'나 '로드스터'는 스케치 속 자동차로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의 운명은 모델3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지금처럼 모델S나 모델X 같은 '근사하지만 비싸고 소량 생산·판매될 뿐인 데다 수익성마저 낮은' 자동차만 만들어서는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머스크는 지난해 모델3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생산규모를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주요 '메이저' 업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탄탄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수익성도 개선될 수 있다. 차량 실물이 나오기도 전에 1000달러(약 110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하며 이 약속에 '베팅'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약 40만명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테슬라는 이 약속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이 시작된 모델3를 올해 연말까지 매주 5000대씩 만들겠다던 계획은 내년 1분기말로 연기됐다. 지난 분기에는 목표치인 1500대에 크게 미달하는, 고작 260대의 모델S를 생산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의 지적 대로 단기간 내에, 매우 큰 폭으로, 특히 자동차 같은 복잡한 제품의 생산규모를 늘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부품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하고, 생산공정 표준화·안정화, 노동자 숙련도 향상 등을 달성해야 하며, 무엇보다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걸 이루면서 수익도 내야한다. 예전처럼 1년에 고작 자동차 몇 만대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tesla model s

테슬라가 이 만만치 않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볼 근거는 아직 없다. 목표 달성 시점이 늦춰질수록, 의문과 회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포브스 칼럼에서 투자은행가 출신 마이클 르윗은 테슬라에 투자하는 이들과 테슬라에 우호적인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망상'에 빠져있다며 이렇게 적었다.

"수익성 전망도 없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전력,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내건 목표주가보다 높은 금액에도 자기 자본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길 주저하는 행태, 경쟁자보다 시가총액은 높지만 파산할지도 모르는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액보다 훨씬 고평가된 (테슬라의) 주식을 거래하는 일에는 막대한 위험이 깔려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라이언 브링크먼은 20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매도' 의견을 유지한 그가 제시한 목표주가는 현재보다 40% 가까이 낮은 주당 185달러다.)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모델3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진전이 있을지 여부(와 함께 현금 유출흐름 억제)가 2018년 테슬라 주가를 좌우할 핵심이라고 본다. 세미-트럭이나 믿을 수 없이 빠른 차세대 로드스터 같은 미래의 제품보다는."

tesla model s

지난주 '세미'와 '로드스터' 공개 다음날인 17일, 테슬라의 주가는 잠시 최고점(326달러)을 찍은 끝에 0.8% 오른 315달러로 마감됐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21일 다시 전날보다 크게 오른 317달러를 찍었다. 모델3 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난 1년 동안 주가는 이미 70% 넘게 올랐다. 거의 전적으로 '모델3 효과'다.

테슬라 '로드스터'나 '세미'는 잊어도 좋다. 여전히, 테슬라의 운명은 모델3의 생산규모 목표 달성 여부에 달려있다. 손버그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티안 호프먼은 "현금이 계속 고갈되는 한, 테슬라는 인내심 있고 열광적인 공개 시장이나 백기사의 자금력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객 및 투자자들의 인내심과 열광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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