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침이 도입되면 당신은 야근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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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여태까지 포괄임금제를 남용해왔다. 포괄임금제의 애초 취지는 이렇다. 프로젝트성 업무를 맡는 노동자나 외근이 잦고 출퇴근에 시간이 일정치 않은 노동자 등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업무시간 측정이 불가피 하니, 대략적인 노동시간과 추가노동시간을 산정해 급여를 책정하잔 것.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판례가 관행적으로 인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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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정보통신(IT)업체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는 ㄱ씨의 연봉계약서에는 매일 2시간의 연장근로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고정연장수당’이 포함돼 있다. 이른바 ‘포괄임금제’ 계약 형태다. 연장근로를 하든 그렇지 않든 매일 2시간의 수당을 받으니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연장근로시간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 ㄱ씨의 불만이다.

2017년 3월 31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업은 여기에서 좋은 힌트를 찾았다. 노동자들과 포괄임금제로 임금계약을 한 뒤 '포괄임금제에 산정된 시간'보다 더 긴 야근을 시키는 것. 결과적으로 포괄임금제가 확산된 이후 많은 노동자들은 '조금 오른 임금'을 대가로 엄청나게 늘어난 노동시간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결국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들은 이 포괄임금제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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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겠다고 공약했고 최근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가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포괄임금제 사업장 지도지침'에 의하면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수당 후려치기', '공짜 야근',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가, 이 가이드라인의 도입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 요건 자체를 굉장히 제한시킨 부분이다. 지침은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며 만약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으면 명시적 합의가 있어도 무효"라고 정했다. 고용노동부는 '단순히 근로시간 관리가 곤란한 경우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계산상의 편의나 직원의 근무의욕 고취라는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활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41.6%가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일반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는 포괄임금제가 원척적으로 금지 돼, 이 지침이 도입되면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허용하는 포괄임금제가 적용가능한 노동자는 '기상조건에 따라 업무가 좌우되어 노동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경우'나 '주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기 때문에 시간 측정이 곤란한 경우''업무가 연속적이지 않고 대기시간이 많아 정확한 시간 측정이 곤란한 경우'등에 한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외 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고 노동자와의 '명시적인 합의'가 없으면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다.

연차수당 미사용분을 포괄임금에 포함하던 관행도 제재를 받게 된다. 일부 사업장은 연차수당 미사용분까지 포함해 급여를 책정, 사실상 노동자의 연차 사용권을 박탈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휴가사용권의 사전적 박탈'로 보고 '포괄임금제라는 이유로 연차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시킬 예정이다.

사업주들은 포괄임금제에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할 수도 없다. 고용노동부는 '퇴직금은 근로관계 종료를 요건으로 그 지급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에 포괄임금에 포함할 수 없으며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법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미래 이규철 조직위원장은 "그간 포괄임금제가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무너뜨렸다"며 "이번 지침을 통해 포괄임금제의 폐해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하지만 포괄임금제가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 상황'이 조금 더 엄격하게 정해져야 한다. 또 다른 편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