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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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왼쪽부터), 남재준,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 등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전직 국정원장 2명이 17일 구속됐다. 이들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범죄 소명이 법원 구속영장 심사단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된 만큼 이제 검찰수사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에도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피의자에 대해 범행을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중요 부분에 관하여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발부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정원장인 이병호 전 원장에 대해선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 및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원장은 전날 열린 영장심사에서 다른 국정원장들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고 돈을 상납했다”고 처음으로 털어놓은 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의 여론조사 비용 5억원을 대납한 혐의(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와 관련해선 이 비용이 여론조사 비용인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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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2명을 구속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 요구로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을 통해 청와대에 40억원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 특히 이병기 전 원장의 경우 청와대에 건너가던 돈은 매월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린 뒤 2015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가성이 크다고 봤다. 국정원에서 상납 받은 돈은 청와대 특수활동비와는 별개로 이재만 전 비서관이 별도의 금고에서 관리돼 검찰은 이 돈이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처럼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사와 관련해 자신감을 보여 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단서를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외부로부터 이첩받은 사건 아니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관련 조사를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돈을 직접 청와대 쪽에 건넨 이헌수 전 기조실장과 돈을 건네받은 이 전 비서관 등 관련자 진술과 관련 물증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검찰은 용처 확인 등을 위해 조만간 박 전 대통령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소환 일정이나 장소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