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커녕 비호감만 키운 10억 커플 ‘미생'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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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이 ‘찜찜’한 이유

“모두가 돌아간 자리~” 한희정의 노래 ‘내일’은 을을 대변한 드라마 '미생'의 주제곡으로 사용되어 하루하루 버티며 사는 우리들을 위로했다. 이 노래가 오랜만에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최근 방영한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스비에스)에서 장신영-강경준 예비부부가 신혼집을 보러 다닐 때다.

‘내일’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지만 돈이 부족해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서로를 다독이는 장면에서 착잡한 마음을 대변하듯 흘렀다. “우리 그냥 지방 가서 살까” “돈 걱정은 내가 할게”(강경준) “아니야 같이 해야지.” (장신영) 현실의 집값에 좌절한 연인의 모습은 집 없는 설움을 경험해 본 많은 이들을 울리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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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히려 이 모습 때문에 두 사람은 단숨에 ‘비호감 커플’이 됐다. 두 사람이 집을 구하려고 책정한 예상 금액이 8억~1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최대 10억원을 갖고 서울 강남의 학군 좋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18억원, 13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없어서 좌절했다. 매매가 9억원으로 예산에 맞는 집이 있었지만, (초등학생인 장신영의 아이가 다닐) 중학교가 걸어서 10분이란 말에 “너무 멀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남 학군 좋은 세 곳을 돌아본 그들은 예산에 맞춰 강북으로 넘어와 연희동 주택 두 곳을 봤다. 마당 넓은 2층 주택의 옥상에 올라 “마음이 탁 트인다”며 마치 서울 하늘 아래 몸 뉘일 곳 없어 시골에 내려온 사람처럼 상쾌해 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세상 가장 처량한 연인일 수 있다. 살고 싶은 곳은 강남 8학군의 노른자 땅인데, 그 정도의 돈은 없으니 “더 열심히 살자”며 '미생' 속 비정규직이 된 양 서로를 다독일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가 이승기와 강호동이 살았던 매매가 20억 원짜리 아파트를 추천하고, 100억원인 집도 공실이 없다고 열변을 토하는 그 동네에서, 8억~10억원은 8000만원 아니, 800만원으로도 안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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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씁쓸해하는 그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이 느꼈을 참담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동상이몽'은 장신영-강경준 예비부부가 이런 식으로 집을 구하는 장면을 무려 3주에 걸쳐 내보냈다. 강남의 좋은 아파트를 집 구조까지 세세하게 소개하고, 20억원, 100억원을 아무렇지 않게 언급하며 전세금도 모자라 돈 걱정이 떠나지 않는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연인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실을 알려주며 신혼부부의 어려움을 얘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게 꼭 8억~10억원으로 수십억 원짜리 집을 보러 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이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던 김구라, 서장훈 등 진행자들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어디에서 살든) 요즘 학군 다 잘되어 있다”(김구라)거나 “굳이 저 정도의 아파트를 사야 할 필요가 있느냐”(서장훈)며 함께 자리한 장신영한테 조언도 했다. 서장훈의 말은 강경준-장신영은 둘째치고 제작진이 곱씹어야 할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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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저 정도 아파트를 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 사정이지만, 대다수 시청자한테 큰돈일 8억~10억원 들고, 그 돈으로는 턱도 없다는 강남 8학군에 집착하고, 한발 후퇴해 마당 넓은 2층 주택을 찾는 모습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나. 제작진의 잘못된 생각은 부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사랑을 키워온, 그래서 아름답던 부부를 단숨에 비호감으로 전락시켰다. 의미도 재미도 건지지 못한, 대체 무엇을 위한 방송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