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한 태국 여성의 아버지가 전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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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의 한 자동차부품제조업체에서 10년간 일한 태국 여성 추티마(29)씨가 살해됐다. 범인은 이 업체에서 관리자로 일하는 50세 남성 김모씨다.

* 50세 남성 한국인 관리자의 태국 여성 살해 사건

김씨는 11월 1일 추티마씨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점을 이용해 '단속이 있으니 따라오라'며 자신의 차에 태운 뒤 경북 양양군의 야산까지 끌고 갔으며, 당일 11~12시경 둔기로 추티마씨를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티마씨는 살해된 지 4일 만인 5일 새벽 3시께 경찰 수색대에 발견됐으며, 김씨는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경향신문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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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출신 이주여성노동자 추티마(왼쪽)가 생전에 타이 고향집에 두고 온 딸과 찍은 사진

경기 화성 이주노동쉼터의 한상훈 활동가는 이 사건과 관련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아래와 같이 전하고 있다.

이 사건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면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사건과 같은 선상에서도 이 일을 볼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왜냐하면 (한국에 입국하신) 아버님하고 얘기하는 도중에..아버님이 평소 따님과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가끔 "아빠, 여기 한국인 남자가 자꾸 치근덕거려" 이런 말을 했대요. 그래서 (살인범이) 이 남자가 아니냐라고 저한테 물어보시거든요.


만약에 (살인범이) 평소 치근덕댔던 그 사람이라면 치근덕대고 그랬는데 받아주지 않으니까 살해한.. 여성혐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고요.


또 한 가지는 인종차별 문제로도 생각할 수 있어요.


만약에 프랑스 여성이나 미국 여성 같은 분이었어도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 유추해 볼 때,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의 약점을 이용해 생긴 범죄거든요.


아무리 불법 체류라는 신분이라도 범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급히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매우 원통해하시고..제가 위로의 말씀 같은 걸 드리려고 하면 '좋은 집에서 태어났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저도 제 마음이 되게 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그랬습니다.(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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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일간지 <타이 래스>가 추티마의 피살 사건을 보도한 지면. “김치의 나라에서 태국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이주노동자단체 관계자 등은 미등록 외국인의 취약한 처지와 노동시장의 인력수요 현실을 무시한 단속·추방 중심의 불법 체류자 정책이 ‘추티마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불법 체류 적발은 곧 추방’으로 인식되다보니, 단속을 피해 무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중략)


조영관 변호사 (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은 “우리 출입국관리법에는 자진 출국을 유도하기 위한 출국 권고와 명령(제67, 68조)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한번 단속되면 곧바로 추방되다보니,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경찰 단속에 위축될 수밖에 없고, 주변의 부당한 요구에도 ‘신고 위협’에 저항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출국 권고나 명령을 받고도 그 기한을 넘겨 체류하면 추방한다거나, 체류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겨레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