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대신 현수막..."친일파"·"종북 빨갱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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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놈들아, 어디다 동상을 세워?” “종북 빨갱이 XX, 네가 밥을 굶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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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9시께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박정희 도서관) 앞에서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대한애국당 등 200여명과 반대하는 민족문제연구소 등 100여명이 부닥쳤다. 경찰은 계단을 사이로 의경 1개 중대를 배치해 찬성 쪽은 계단 위로, 반대 쪽은 계단 아래로 나눴다. 오늘로 예고됐던 박정희 동상 건립은 4m 높이 동상이 그려진 현수막으로 대체됐다. 박정희기념재단 쪽은 동상 건립 심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라 직접 동상을 세우지 않고, 동상 기증 증서를 증여하는 것으로 행사를 대신했다.

박정희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계단 윗단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찬바람에 펄럭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오른쪽 가슴팍에 ‘박정희 대통령 각하 탄신 100주년 기념’ 파란색 배지와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해병대 군가가 현장을 더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행사장 한쪽에서 성조기와 태극기, ‘박근혜 무죄 석방’이라고 쓰여 있는 집회물품을 판매하던 대한애국당 소속 김아무개(45)씨는 “태극기 집회 때마다 집회물품을 팔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동상이 꼭 건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벽 5시 의정부에서 출발해 이곳에 왔다는 문아무개(72)씨는 푸른 한복 치마에 짙은 분홍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문씨는 “이승만 대통령이 목숨 걸고 지켜낸 나라고, 박정희 대통령이 보릿고개도 없애고 이렇게 잘 살게 만들어줬는데 사람들이 어찌 이리 모를 수 있냐”고 말했다. 문씨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박근혜 석방 1인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동상 건립은 ‘반역사’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정희는 민족을 배반한 친일 군인이자 임시정부의 반대편에서 교전을 수행했다”며 “청산의 대상이 될지언정 기념 대상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조 적폐 박정희 동상 설치를 기필코 저지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적법 절차를 통해 동상 설치를 불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박 전 대통령 출생 100주년인 14일까지 박정희 도서관 앞에 천막을 설치해두고 기습적인 동상 설치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봉수 마포구 의원은 도서관 앞에서 동상 반대 농성을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9시40분께 행사장을 찾았으나 박정희 지지자들의 반발에 행사장을 떠나야 했다.

박정희 도서관의 부지는 서울시 소유다. 영구임대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상 건립을 위해선 서울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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