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딸 사망 의혹' 서해순 혐의 벗긴 주요 증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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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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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광석씨 부인 서해순씨를 둘러싼 경찰 수사의 핵심은 유기 치사죄 성립 여부였다. 서씨의 유기치사죄가 성립된다면 소송사기죄도 성립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서씨가 딸을 유기해 죽음에 이르도록 했다면, 서씨는 딸의 상속권자가 될 자격이 없다. 상속권자가 될 수 없음에도 이 사실을 재판부에 밝히지 않았다면 소송사기가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서씨의 유기치사죄는 성립되지 않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0일 딸 서연양을 사망하게 하고 이 사실을 숨긴 채 저작권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 종료시켰다는 서씨의 혐의(유기치사·사기)에 모두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범죄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달간 수사를 벌이며, 피의자 서해순씨뿐만 아니라, 서연양의 학교 선생님, 친구, 친구 부모, 이웃 주민 등 47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연양이 숨지기 전 자필로 작성한 일기와 핸드폰, 서해순씨의 카드 사용내역도 들여다봤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서연양 사망 당시부터 출생까지 시간 역순으로 추적했다. 서연양이 사망한 2007년 12월23일 당일 서씨의 행적부터 점점 수사 범위를 확장해가는 식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따라가봤다.

서연양 사망 당일 살펴보니…서씨 진술 구체적이고 일관돼

딸 서연양은 2007년 12월23일 만 1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경찰은 서연양이 숨진 그 날 서해순씨가 심폐소생술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서연양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집안에 폐회로티비(CCTV)를 설치해두지 않은 이상, 서씨와 서씨의 동거남 이아무개씨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서씨와 이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어서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 둘의 진술을 종합하면, 서연양은 23일 새벽 자다가 일어나 이씨를 깨웠다. 서연양은 “아저씨, 물 좀 주세요”라고 이씨에 말했다. 마루에서 자고 있던 동거남 이씨가 미지근한 물을 건네주자 서연양은 물잔을 받아들고 소파에 앉았다. 서연양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자고 있던 서씨를 깨웠다. 서씨가 부엌에 가 감기약을 찾아 먹이려던 찰나, 소파에 앉아있던 서연양이 마룻바닥으로 쓰러졌다. 경찰은 “서씨와 이씨는 서연양에게 인공호흡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새벽 5시14분께 서씨의 119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21분이 지나 새벽 5시35분께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경찰은 “당시 서연양이 사망한 지 오래되지 않아 보였다”는 구급대원의 진술도 확보했다. 서연양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새벽 5시41분 구급대원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동했다. 새벽 5시48분 병원에 도착한 뒤 심폐소생술 지속한 끝에 사망 판정을 받았다.

딸 서연양 사망 며칠 전… 병원 세 차례 찾았지만 ‘감기 진단’

앞서 고 김광석씨의 친형 김광복씨는 “급성폐렴으로 하루 만에 사망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씨가 어린 딸의 폐렴을 방치하다가 사망하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지난 9월2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서연양이 숨진 2007년 12월23일 이전 서씨와 서연양의 행적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결과, 서씨가 세 차례에 걸쳐 서연양을 병원에 데려갔고 ‘단순감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연양은 2007년 12월14일부터 18일까지 일요일 하루를 제외한 나흘 동안 학교 기말고사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18일, 20일, 21일 세 차례에 걸쳐 학교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1차 진료에서 해당 병원의 의사는 ‘단순감기’로 진단해 약과 주사처방을 내렸다. 이후 2차 진료에서 열은 떨어지고 기침이 심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주사처방은 안 하고 기관지 관련 약을 강화해 약을 처방했다. 3차 진료를 봤을 때 담당의사는 ‘더 아프면 월요일에 오라’며 3일치 약을 처방해줬다. 담당 의사는 “그때까지 폐렴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폐포음도 깨끗했다. 조금이라도 꺼림칙했으면 엑스레이 검사를 받아보자고 권유했겠지만, 폐렴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그것도 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담당 의사는 서연양이 가부키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경찰은 의사가 가부키 증후군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진단이나 치료에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 봤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자문을 받은 결과, 가부키 증후군 환자여도 약 처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연양의 일기장과 휴대폰 보니… ‘왕복 80㎞ 등·하교’ 교사 진술도

모녀의 평소 생활을 살펴봐도 서씨가 서연양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국내외 병원을 오간 기록만 있을 뿐 서연양을 방임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씨는 경찰에 경찰은 서씨가 제출한 서연양의 핸드폰과 일기장을 들춰봤지만 “서연양이 서씨나 동거남 이아무개씨에 대해 부정적으로 적은 내용은 없었다. 가정불화에 대한 언급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씨가 경찰에 제출한 서연양의 핸드폰에는 모녀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남아있었다. 2007년 11월 19일 서씨가 서연양에게 보낸 메시지(‘첫눈이 오네, 예쁜 내 딸이 더 예뻐지길 바랄게’)가 남아있었다. 그해 12월3일 서연양이 서씨에게 보낸 두 개의 문자메시지(절 이렇게 키워줘서 감사해요♡·내 마음을 받아줘)도 발견됐다.

경찰은 2007년 11~12월께 작성된 서연양의 일기도 살펴봤다. 일기에는 ‘밖에 눈이 와서 엄마랑 같이 밖에 나가서 눈싸움을 했다. 재밌었다(11월19일)’, ‘현장체험학습을 갔는데 엄마가 나와 선생님, 친구를 태워다줬다.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12월)’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해당 일기는 서연양의 필체로 작성돼있었다. 당시 매일 서연양의 일기를 점검하고 평가를 달아준 학교 교사는 “서연양이 쓰고 내가 확인한 일기가 맞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서연양이 다니던 학교 교사는 경찰에 “서씨가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80여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직접 등·하교시켰다”고 경찰에 말했다. 당시 서씨의 집과 서연양의 학교는 20여킬로미터(㎞)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 확인 결과 당시 서연양은 세 번째 진료를 받으려 병원에 간 2007년 12월 21일 하루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었다. “당시 서씨가 서연양을 잘 돌봤다”고 말한 이웃 주민도 있었다.

이상호 기자, 김광복씨 ‘경찰 수사 아쉬움’… 서해순씨 법적대응 예고

이날 영화 '김광석'을 만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김광석씨의 형 김광복씨는 경찰 수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기자는 “무혐의 결과가 나왔지만, 국민적 의혹에 비춰 미흡한 내용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취재를 이어가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김광복씨도 “무혐의가 면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사건은 다시 소송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씨의 대리인 박훈 변호사는 10일 이씨와 김씨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해순씨를 둘러싼 의혹은 영화 '김광석'으로 재점화됐다. 이상호 기자가 감독을 맡아 지난 8월 말 개봉한 이 영화는 김광석씨가 서씨에 의해 숨졌다는 의혹을 다뤘다. 한달여 뒤 미국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던 고인의 딸 서연양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서씨를 향한 의혹은 증폭됐다. 살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 등이 발견되면 공소 시효와 관계없이 사건을 재수사할 수 있게 하는 ‘김광석법’ 청원 운동에 1만여명이 훌쩍 넘는 시민들이 서명하기도 했다.

논란은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김광복씨는 지난 9월20일 서연양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며 서씨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첩됐다. 경찰은 2개월 가까이 수사를 이어오면서, 서씨를 세 차례 소환했다. 김광복씨와 이상호 기자는 각각 두 차례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