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삼촌과의 로맨스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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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OLD STREET
일본 후지티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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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흥행 드라마 <도깨비>는 방영 당시 원조교제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가난한 십대 여고생과 막대한 재력을 지닌 삼십대 남자의 동거를 운명적 사랑으로 포장해서다. 하지만 <도깨비>는 논란에 상관없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요즘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띠동갑 이상 남녀 커플 구도’ 유행의 신호탄이 됐다. 김주혁과 천우희의 <아르곤>, 송승헌과 고아라의 <블랙>, 이병헌과 김태리의 <미스터 선샤인> 같은 드라마 작품들의 주연배우 나이 차는 무려 평균 16살을 넘어선다. 이선균과 아이유가 물망에 오른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대놓고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교류를 다룬다. 이런 구도는 굳이 멜로 장르가 아닌 작품까지 소위 ‘삼촌로맨스’ 같은 호칭으로 관심을 불러 모으며, 나이 든 남성과 젊은 여성의 기울어진 권력관계를 낭만적인 판타지로 포장해 확대재생산한다.

지난 상반기 공개된 일본 온라인 드라마 <파파카츠>는 이 ‘삼촌로맨스’의 유해한 판타지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깨비>가 원조교제의 욕망을 은밀하게 숨겼다면 <파파카츠>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제목부터가 현재 일본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 대학생판 원조교제를 뜻한다. 주인공 안리(이토요 마리에)는 스무 살 대학생이다. 엄마와의 불화로 가출한 뒤 살 곳이 필요해진 그녀는 파파카츠라는 신종 아르바이트를 소개받는다. 원치 않는 육체관계는 없다고 강조하나, 소위 ‘슈가 대디’로부터 용돈을 받는 성매매다. 안리는 그 서비스를 통해 45세 구리야마 와타루(와타베 아쓰로)를 만나고, 그가 새로 온 전공 교수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원래 각본가 노지마 신지는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일본 사회와 인간의 병든 심연을 탐색하는 ‘문제적 작가’였다. 그러나 전성기 때의 문제의식이 사라진 <파파카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오히려 작가의 위험한 병리성이다. 가령 초반의 만남에서 모든 짐을 캐리어 하나에 욱여넣은 안리와 ‘유부남의 특권’인 은신처를 따로 둔 와타루의 모습은 거주지 하나 없는 빈곤 청년여성과 잉여공간의 여유를 누리는 중년남성의 대조적 현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드라마는 곧 이 현실의 격차를 지운 채 은신처에서 안정을 찾는 안리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와타루를 멋진 사내로 묘사한다. 파파카츠 서비스 중 폭행을 당한 안리 친구의 심각한 사연조차 와타루의 남다른 매너를 강조하는 데 이용된다.

<파파카츠>의 섬뜩함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또 다른 장면은 스쳐 지나가듯 ‘아이돌 오타쿠’ 문화가 언급되는 부분이다. 누군가 ‘죽은 어린 딸에 대한 와타루의 집착’이 그와 닮았다고 말한다. 이 대사조차 와타루에 대한 안리의 연민을 끌어내는 데 그친다.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거리낌 없이 소비하는 문화가 급기야 성매매 남성을 ‘키다리 아저씨’로 미화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파파카츠>는 인기를 얻은 끝에 지상파에서도 다시 한번 방영됐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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