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에 대한 판결문을 읽던 판사는 울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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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GE
Hand about to bang gavel on sounding block in the court room | Wavebreakmedia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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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인지 선뜻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대 의붓손녀를 수년 간 성폭행해 출산까지 하게 한 A(53)씨의 항소심 재판을 맡은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며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 판사는 피해자의 고통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울음을 참지 못해 수시로 말을 멈춰야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사건에서 징역 20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하지만 피고인의 범죄사실 내용, 양형요소 등을 고려해보면 20년도 다소 가볍다"며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강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A씨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바란다며 엄벌을 탄원하면서도 보복을 당할까봐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다”며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피해자는 사회 관심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양형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강 부장판사는 울음을 참지 못해 수시로 목소리를 떨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강 부장판사의 지적에 법정이 한동안 숙연해졌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원은 A씨가 범행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형량을 높인 주된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임신을 수상하게 여긴 친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평소 A씨로부터 ‘범행을 알리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차마 성폭행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허구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통해 출산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합의한 채로 성관계를 했고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A씨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여성의 손녀인 B양이 2011년 가을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집에서 살게 되자 당시 11살이던 B양을 범행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A씨는 B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6년간 셀 수 없을 정도로 B양을 성폭행하고 학대했다. B양은 2015년 집에서 아이를 낳았고, 출산 1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해 이듬해 7월 둘째 아이까지 낳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양에게 "할머니에게 말하면 너도 할머니도 다 죽는다"는 등 협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못 이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범행수법, 전후 정황 등을 봤을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양육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하며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도 선고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사건 범죄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정말 일어난 것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악을 표시했다.

A양은 현재 지방에서 요양 중이며 두 아이는 A양 할머니가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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