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전 검찰총장, 삼성·현대차에 ‘로스쿨 딸' 인턴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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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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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김준규 전 검찰총장의 부탁을 받고 미국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김 전 총장 딸에게 인턴 기회를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 딸 김씨는 2012년 여름 삼성전자 법무팀에서, 이듬해에는 현대차 법무팀에서 한 달간 인턴을 했다. 김 전 총장은 2009~2011년 검찰총장을 지냈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김 전 총장 쪽은 딸이 국내 1·2위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 인턴 연수를 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 임원들과 사적으로 연락했다. 삼성에는 당시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당시 부사장)이던 이인용 현 삼성전자 사장에게 연락했고, 현대차는 서아무개 법무팀 이사 등이 대화 상대가 됐다.

딸 김씨는 미국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2012년 초 이인용 사장에게 ‘대학 때도 인턴을 해주셨는데 아버지 통해 또 인턴 부탁을 한다. 삼성 인하우스 경험이 미국 로펌에서 인턴을 구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에 이 사장은 ‘총장님 통해 소식 들었다. 그룹 법무실에서 정규 인턴으로 뽑기로 했다. 법무실 전무가 연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그해 여름방학 4~5주간 삼성전자 법무팀에서 인턴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장과 삼성전자는 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김 전 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딸이 인턴을 한 것 같기는 한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딸에게 물어보라”고 했고, 딸 김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사장도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쪽은 “법무팀은 채용과 연계되지 않는 인턴을 매년 10여명 뽑는다. 학교와 연계를 맺거나 교수 추천 등을 받는다. 김씨는 이 사장 추천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딸 김씨는 삼성과 인연이 깊다. 2000년대 초반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뽑혀 삼성으로부터 외국 석사 유학 비용을 지원받았다. 2002년 설립된 이 장학재단은 공학·이학 중심(인문사회과학 일부 포함)으로 매년 100명 정도의 외국 대학 장학생을 뽑아 지원했다. 또 대학 시절과 미국 로스쿨 재학 시절 두차례나 삼성 인턴을 했다. 해당 로스쿨은 미국의 170여개 로스쿨 가운데 30~40위 수준이다. 그는 로스쿨 졸업 뒤 국내 대형 로펌을 거쳐 현재 삼성전자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삼성전자 인턴 경험은 실제 취업 때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5대 그룹 인사 담당자는 “최근 로스쿨 출신이 많아져 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것 자체가 경력에 도움이 된다. 인턴 때 잘하면 채용 오퍼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인턴 경험이 취업에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도 스펙으로서 의미는 상당하다”며 “그러나 외부 청탁이 많고 내부 직원들도 직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 인턴을 아예 없앤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 쪽은 현대차에도 인턴을 부탁했다. 2013년 초 딸 김씨는 현대차 법무팀에 연락했다. 현대차 쪽은 김씨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인턴에 지원한다고 들었다. 현대차는 해외 로스쿨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식 인턴이 없지만 ad hoc(임시)으로 진행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에 김씨는 ‘ad hoc으로 준비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하다. 번거롭게 해드린 거 같다’고 답했다. 그는 2013년 3~4월 현대차 법무팀에서 인턴을 했다.

당시 현대차 법무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누군지 기억나지 않지만, 위에서 검토해 보라고 한 것 같다”며 “일반인이 지원했다면 검토 대상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법무팀은 매년 1~2명의 인턴을 받지만 채용과는 연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장은 2015년부터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이라는 ‘빽’이 없었다면 김씨가 이들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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