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티켓 좀..."스와치, 대리점에 ‘갑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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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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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시계 판매업체인 스와치그룹코리아(스와치) 임직원들이 물량 공급을 빌미로 대리점주에게 사업 비용을 떠넘기거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을 일삼은 정황이 드러났다. 스와치 쪽 임직원들은 대리점주에게 워크숍 콘도 예약 등 업무상 필요한 잡무를 떠맡겼고, 골프장 예약·결제나 임원 아들을 위한 야구장 티켓 제공 등 노골적인 상납도 수시로 받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스와치 시계를 온라인에서 판매해 왔던 ‘온라인 대리점주’ 최아무개(51)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최씨는 스와치와 계약을 맺고 2004년 5월부터 온라인에서 스와치 시계를 ‘독점 판매’ 했다. 스와치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별개로 온라인에서 판매 물량을 독점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계약서를 보면, 이들 사이 ‘계약기간은 1년으로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경우 자동으로 연장된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2011년 스와치가 직접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고, 다른 온라인 대리점에도 물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밀월 관계’는 막을 내렸다. 당장 최씨는 물건을 제때 공급받기 위해 스와치 임직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을’로 전락했다. 갑작스레 계약이 파기됐지만 최씨는 이유를 따져 묻지도 못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스와치 임직원들의 갑질에 시달리게 시작된 건 2013년부터다. 본사에 밉보이면 언제 사업이 힘들어질지 모르니 사소한 부탁에 응하곤 했는데, 어느새 ‘호의가 권리로 변한’ 것이다. 처음에는 프로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상납하기 시작했다.

2013년 취임한 스와치 최아무개 사장이 아들과 야구 관람을 하는 취미가 있다는 소식을 이아무개 이사한테 전해 듣고는, 구하기 어려운 플레이오프 티켓을 상납했다. 최씨는 “이아무개 스와치 이사가 한국시리즈 티켓을 요구해 암표라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이 이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이 이사가 사장의 신임을 얻으면 사업에도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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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외국계 시계 회사 스와치그룹코리아(스와치)가 온라인 대리점인 최아무개씨 회사에 보낸 계약 해지 통보 문서. 최씨는 “스와치가 2011년에도 온라인 독점 계약을 아무 설명 없이 깼고, 임직원들이 사업 비용을 떠넘기고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 횡포를 부려왔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그 뒤로 해마다 100만원 남짓을 프로야구 티켓값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 <한겨레>가 입수한 최씨와 이 이사 사이 문자 메시지를 보면, 최씨가 “좌석은 괜찮아요?”라고 묻자, 이 이사는 야구장 스탠드에서 그라운드를 찍은 사진과 함께 “대박, 감사 감사ㅋ”라고 답했다.

이듬해인 2014년부터는 서울 근교 골프장을 예약해 놓으란 주문이 이어졌다. 처음엔 골프장 비용은 스와치 쪽이 부담하더니, 그마저도 곧 최씨가 떠맡게 됐다고 한다. 최씨는 “스와치의 이 이사가 ‘사장님이 가실 것’이라 하면 무조건 부킹을 성공해야 했다”며 “자기 회사 직원처럼 스스럼없이 지시했고 점점 비용까지 떠넘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씨는 지난해 10월 인천 청라지구에 있는 ㅂ골프장을 예약·결재한 내역을 제시하기도 했다. 스와치 영업 담당자들이 백화점 바이어들을 접대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모처럼 ‘을’ 자리에 선 스와치가 ‘병’인 최씨한테 ‘갑’을 대접하기 위한 비용과 정성을 떠넘긴 셈이다.

최씨는 또 스와치 최 사장의 가족 여행을 위해 제주도 렌터카를 대여(2013년 5월)하거나, 직원 워크숍을 위한 콘도 예약(2016년 8월)을 떠맡기도 했다. 최씨는 “스와치가 물량을 밀어주지 않아 여러번 애를 먹었던 터라 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우선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스와치 쪽 갑질에 참다 못한 최씨가 최근 스와치 쪽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2018년 4월30일부로 계약을 종료한다”는 통지서 뿐이었다. 최씨는 “한번 기어올랐다고 이렇게 숨통까지 끊어놓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후 최씨 제보로 <한겨레>가 취재에 나서자, 스와치는 계약 파기는 없던 일로 하겠다고 최씨에게 전해왔다.

이에 대해 스와치 최 사장은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명령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최씨가 자발적으로 한 일로 알고 있다”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는 최씨와 우리쪽 임원의 친분 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접촉 창구’였던 스와치의 이 이사는 “오래 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 알아서 취재해라. (나한테) 확인하지 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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