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에 징계취소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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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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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재심사건에서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43·사법연수원 30기)에게 내려졌던 검찰의 징계가 부당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04년 개정된 검찰청법의 '이의제기' 규정을 언급하면서, 이의를 제기한 검사를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위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5·16쿠데타 직후 혁신계 정치인들에 대한 탄압과정에서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고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당시 임 검사는 '법원이 적절히 선고해 달라'고 구형하는 이른바 검찰의 '백지구형' 방침에 항의했고, 당시 공판2부장이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하자 그가 법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2013년 2월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임 검사에 대한 정직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정직 4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1심은 임 검사가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르지 않은 점, 무죄구형을 한 점 등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징계가 지나치게 무겁다며 징계를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2심은 당시의 사건 재배당이 위법한 데다 백지구형 자체도 적법하다고 볼 수 없어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무이전명령이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져 위법하므로 임 검사는 재심사건의 검사로 직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며 "부장검사의 백지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의견을 진술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검사는 상급자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검찰청법을 언급하면서 무죄구형에 앞서 진행된 공판2부장의 사건 재배당 지시가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가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검찰청의 장이 아닌 상급자가 그 사건에 대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찰총장, 검사장, 지청장 등의 구체적·개별적인 권한위임이나 그러한 상황에서의 검사직무의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임 검사가 백지구형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거나 무죄구형을 했다는 사실까지 징계사유 내지 핵심적 양정사유로 삼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백지구형을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의 잘못을 지적했다.

이날 임 검사는 대법원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날이 밝아 판결을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며 "검사들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면서 용기를 내야하는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과거사 권고안을 통해 "임 검사에 대한 징계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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