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동물은 없다'를 보여주는 일드 '블랭킷 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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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블랭킷 캣>

슈스케(니시지마 히데토시)는 2년 전 아내 요코와 사별했다. 가뜩이나 무뚝뚝한 성격에 아내가 떠난 뒤 말수가 더 줄었다. 운영하는 공방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가구를 수리하거나 만드는 일이 일상의 전부다. 한없이 지루해 보이는 슈스케에게 유일하게 특별한 것이 있다면 무려 일곱 마리 고양이의 숙련된 집사라는 점이다. 아침마다 침실로 파고드는 일곱 마리 고양이들의 알람에 눈을 뜨고, 각각에게 다른 사료와 물을 챙겨주며, 화장실을 청소하고, 털을 빗겨주고, 발톱을 깎아주는 분주한 일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생전의 아내가 데려온 고양이들이며, 남자는 이제 고양이들에게 다른 집사를 찾아주어야 할 때가 왔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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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일본 <엔에이치케이> 채널에서 방영된 <블랭킷 캣>은 반려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그린 드라마다.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서 동물 관련 이야기가 워낙 많은 일본이지만, 이 작품은 반려동물의 분양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조금 독특하다. 일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탁월한 일상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 시게마쓰 기요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원작을 따라 일곱 마리 고양이 각각이 매회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이야기를 일곱 개의 에피소드에 담아낸 구성이 돋보인다. 고양이를 가족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만큼 에피소드도 대부분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아이가 없어 이혼을 생각 중인 부부, 엄격한 아버지와 결정장애 증상이 있는 아들 등 다양한 가족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고양이 입양을 계기로 관계의 따뜻한 전환을 맞게 되는 과정이 전개된다. 지나치게 동화적인 구조지만, 일상과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몰입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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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랭킷 캣>은 반려동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무심하고 덤덤해 보이지만 슈스케는 누구보다 반려동물을 잘 이해하고 아끼는 남자다. 고양이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사고를 쳐도 “고양인 나쁘지 않아. 유리잔을 거기 둔 내 잘못이지”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모습은 흡사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를 연상시킨다. 입양 절차도 까다롭게 정하고 엄격한 검증을 거친다. 새로운 주인의 집을 찾아가 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사흘간의 시험 기간을 준다. 그 안에 적응하지 못하면 입양은 취소된다.

가장 인상적인 건 4회의 한 장면이다. 고양이를 입양하려는 한 소년이 꼬리를 건드리려다가 발톱에 상처를 입는다. 슈스케는 ‘고양이의 꼬리는 몸의 균형을 잡거나 감정을 전하는 소중한 것이니 너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 인간 가족이 서로를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이해와 배움과 책임이 따르고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최근 한일관 대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반려동물 문화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드라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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