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환승객 시술 성형외과...정부, 규정까지 바꿔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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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HEON AIRPORT
An employee wearing a mask to prevent contracting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wipes a travelator at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in Incheon, South Korea, June 14, 2015. A South Korean hospital suspended most services on Sunday after being identified as the epicentre of the spread of the deadly respiratory disease that has killed 15 people since being diagnosed in the country nearly four weeks ago. REUTERS/Kim Hong-Ji | Kim Hong-Ji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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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내년 1월 개항 예정인 제2여객터미널에 성형외과 유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관련 규정을 바꿔 이를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사업체와의 계약 방식을 최고가입찰제가 아닌 종합평가심사제 형태로 바꿀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이다. 과도한 의료 영리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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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공문을 보면, 국토부는 인천공항공사의 요청을 받아 지난 6월 “인천공항 환승경쟁력 제고를 위해 2터미널 환승 구역에 초단기 환승객을 타겟으로 성형외과 유치를 추진중”이라며 “의료기관 역량과 허브경쟁력 제고 기여능력을 갖춘 우수한 사업자 선정을 위해 최고 입찰가가 아닌, 제안서 평가 등 사업 특성을 고려한 계약이 가능토록 부동산 임대사업 계약특례 및 세부기준 개정을 승인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기재부는 다음 달인 7월에 이런 내용을 그대로 승인했고,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성형외과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쪽은 “성형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인데, 환승구역 내에서 간편히 성형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환승 경유지로 인천을 선택하는 항공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담당자는 “의료기관은 단순히 최고가 입찰제로 계약을 하는 것보다 사업능력이나 의료관광객 유치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계약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전에 공항 내에 의료기관을 유치했던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된 규정을 보면, 입찰업체 평가항목에 ‘외국인고객 유치 마케팅 계획’에 15점(총 100점)을 배정하는 등 의료 영리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공항에서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도 아닌 미용, 성형시술을 제공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일”이라며 “무분별한 의료 관광객 유치로 인한 부작용과 대외 여론 악화 등이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세금을 들여 지은 공공시설에서 국가와 공기업이 의료 영리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편한 쁘띠성형(절개 수술 없이 주사, 필러 등으로 성형효과를 내는 시술) 위주라 하더라도 환승구역 내에서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급 의료기관 접근이 어렵고, 초단기 환승객 위주로 환자를 유치할 경우 이후 발생할 부작용 등에 대응하기 어려워 안전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인천공항공사 쪽은 “응급상황 대응이나 부작용 등 의료분쟁 대응 등에 대해 계약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호영 의원은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공적 재원이 투입된 공공시설에 돈벌이만을 위한 의료관광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의료공공성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고, 국가의 대외 이미지도 훼손할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