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트럼프'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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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J BABIS
Czech billionaire and leader of the ANO 2011 political movement, Andrej Babis, looks as he arrives for a pre-election debate on October 04, 2017, in Vsetaty village, central Bohemia, near Prague. / AFP PHOTO / MICHAL CIZEK (Photo credit should read MICHAL CIZEK/AFP/Getty Images) | MICHAL CIZEK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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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치러진 체코 총선에서 억만장자 안드레이 바비스(63)가 이끄는 긍정당(ANO)이 승리했다.

긍정당은 21일 총선 개표 결과 29.6%의 득표율을 얻어 승리를 확정지었다. 긍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획득한 의석 수는 전체 200석 중 78석이다.

긍정당은 2013년 중도우파 실용주의를 내세워 창당했으나, 현재는 '반(反)유럽연합(EU)'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을 계기로 난민 지원정책 등을 둘러싼 체코와 EU의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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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차기 총리를 예약한 긍정당 대표 바비스는 재무장관 출신으로서 개인 자산 규모만 최대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갑부다. 바비스가 1993년 설립한 농산물 가공업체 '아그로페르트'는 현재 25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2013년엔 현지 유력 일간지 2개를 발간하는 출판그룹 '마프라'를 인수하기도 했다.

바비스에 대한 관심은 특히 미국에서 뜨겁다. 올 초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 바비스가 워낙 닮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비스를 "프라하의 트럼프"라고 부르며 "체코의 차기 총리 후보가 마치 우리 대통령 같다"고 주목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한둘이 아니다. 둘 모두 사회를 양분하는 수사를 즐겨 쓰며 기성 정치인들의 부패를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가를 기업처럼 운영할 계획이며 무슬림 이민자들을 쫓겠다고 공언했다.

외교적 고립주의도 유사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기구인 유엔을 배척하는 것처럼 바비스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북태평양조약기구(NATO)를 "낡았다"고 비판한다. 2015년 난민 위기 때는 '마담 메르켈의 멍청함'을 지적했다.

둘은 좋지 않은 부분에서도 닮아 있다. 미국의 '러시아 스캔들'처럼 바비스에게도 각종 의혹거리가 있다. 바비스는 공산권 철의 장막이 걷힌 5년 뒤 의문스러운 방식으로 부를 빠르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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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WP는 "두 사람의 다른 점이라면 '바비스가 한 번도 파산한 적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전망은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멸시받는 유럽의 심장부에서 곧 묘하게 트럼프를 닮은 총리가 배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비스의 극우 포퓰리즘이 체코에서 급부상한 이유는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이 아니다. 사실 체코 경제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고 EU 회원국 중에서도 낮은 실업률을 자랑한다. 폴란드나 헝가리처럼 청년 인력 유출이나 난민 위기로 인한 피해가 심하지도 않다. 예산 흑자와 OECD 38개국 중 18위인 생활만족도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부러워할 수준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인 낮은 임금과 악명 높은 정경유착, 정치권 부패가 문제다. 공산권 시절을 겪은 중노년층은 이에 따라 강한 지도력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과거 소박한 삶의 양식을 되살릴 독재 성향의 지도자를 바란다고 WP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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