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가 '촬영 도중 성추행' 남배우가 왜 '유죄'인지 조목조목 지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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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dark shadows hang from a the feet of a businessman standing with iron ball and chain' | PeskyMonkey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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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여배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남배우 A씨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2015년 당시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었는데.. 당시 판결은 스태프들의 증언을 볼 때 A씨가 '연기'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취지였다.

"배우 A씨는 영화 시나리오에 나온 콘티와 감독의 지시를 토대로 연기를 했다. 촬영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의 증언을 미루어 보아 A씨는 배우라는 직업에 맞게 연기에 충실했을 뿐이다."(수원지법 부천지원 제1형사부 판결, 2016년 12월 2일, 동아일보)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왜 '유죄'가 인정된 것일까.

뉴스1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는 13일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아래는 구체적인 판결 내용.

* 판결 요지

"피해자의 바지에 손을 넣은 것은 감독의 지시사항에도 없던 일이고, 촬영도 얼굴 위주로 이뤄져 정당한 촬영으로 이뤄진 행위라 보기 어렵다.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계획적, 의도적으로 촬영에 임했다기보다 순간적, 우발적으로 흥분해서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인다. 그러나 추행의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 남배우 A씨의 주장과 구체적인 판결 내용

1. 남배우 A씨 '(스태프 등) 추행을 목격한 이들이 없다'

항소심 "스태프들은 추행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했으나, 가까운 거리에 있더라도 화면에 잡히지 않는 부분, 하체 부분은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태프가 목격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거짓이라 보기는 어렵다."

2. A씨 '피해자의 신체를 만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항소심 "피해자가 당시 등산복 고무줄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촬영 후 버클 역시 풀려 있어 손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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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씨 '여배우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

항소심 "피해자의 일부 진술이 번복되고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나, 진술의 주요 부분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다. 불합리하고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허위 진술을 할 특별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4. A씨 '피해자가 촬영 당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항소심 "피해자는 당시 당황해서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의상이 없어 재촬영이 불가능하고, 스태프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의 진술이 비합리적이지 않다."

5. A씨 '피해자가 이후에 항의하자 그저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사과한 것뿐이다'

항소심 "촬영 후 피해자 바지의 버클이 풀려있었고, 현장에서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피고인 역시 피해자의 사과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에 비추어보면 피해자의 진술을 거짓에 기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일주일 뒤 문제를 해결하라는 감독의 주선으로 만난 자리에서 피해자가 이 일에 대해 따지자 피고인은 영화 하차를 통보받았음에도 반문 없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위와 같은 언행이 관계자의 권유에 따라 피해자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감독님 그리고 A씨와 대화를 했어요. 그 때는 상반신 특히 얼굴 위주로 가기로하고 하반신은 드러나지 않으니 시늉만 하기로 했습니다. 제 어깨에 그려놓은 멍이 드러나는 정도로 살짝 당기면서 연기를 하기로 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자 상황이 바뀌었어요. A씨는 티셔츠를 모두 찢고 브래지어까지 뜯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과격하게 저를 추행해서 제 몸에 상처까지 생기는 상황이 됐죠.(피해 배우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몸을 만지면서 억지로 바지까지 벗기려고 했어요.(피해 배우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한 성추행 당시 상황, 2015년 7월 13일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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