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조금 복잡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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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탈퇴를 통보했다. "늘어나는 유네스코 (분담금) 체납금, 근본적인 조직 개혁의 필요성, 계속되는 유네스코의 반(反) 이스라엘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그 이유로 들었다. 이스라엘도 미국을 따라 탈퇴를 예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12일 성명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결정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1984년에도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2002년 10월에야 재가입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옵서버 국가 자격을 유지하며 "세계유산 보호, 언론의 자유 대변, 과학 및 교육 분야의 협력 증진"을 포함한 유네스코의 활동에 "미국의 시각과 관점, 전문성"을 통해 계속 기여하겠다는 의사를 유네스코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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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오랫동안 유네스코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왔다. 핵심에는 팔레스타인이 있다.

2011년 11월,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정식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결정에 반발하며 분담금 납부를 전면 중단해왔다. 올해 말이 되면 미납된 금액은 5억5000만달러(약 62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유네스코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분담금을 부담해왔다.

팔레스타인은 1988년 독립을 선언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 자격을 인정 받는 길을 모색해왔다. 기구 특성상 상대적으로 다양성을 강조하는 유네스코는 좋은 발판이었다. 팔레스타인은 193개 회원국 중 107개국의 찬성으로 유네스코 정식 회원국이 됐다. 이듬해 11월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내 지위가 옵서버 '단체'에서 옵서버 '국가'로 격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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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팔레스타인과 오랜 분쟁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은 물론, 이스라엘의 동맹국인 미국은 유네스코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아왔다. 지난해에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반영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준비하자 이스라엘이 강하게 반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국무부 관계자는 그밖에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인 2012년 유네스코 인권 담당 기구에서 시리아를 제명하지 않기로 한 결정, 이스라엘을 '점령국'으로 규정하는 반복된 유네스코 결의안 등을 언급했다. 2012년 미국은 시리아 정부의 인권 침해를 문제 삼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함께 시리아 제명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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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네스코가 가장 최근에 충돌했던 건 지난 7월이다. 유네스코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아랍어 '알할릴') 구시가지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면서 이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등록했다. 이곳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지역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유네스코의 정치화는 "고질적인 병폐"라며 이를 맹비난했다. 그는 "1984년 레이건 대통령이 유네스코를 탈퇴할 때 우리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은 미국 납세자들이 우리 가치에 적대적이고 정의와 보편적 상식을 조롱하는 정책들에 돈을 대는 상황에 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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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가 전격적으로 이뤄지긴 했지만 이례적인 조치나 '돌발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다. 트럼프 정부가 줄곧 공언해 왔던 '미국 우선주의'와도 다소 맥락이 다르다. 폭넓게 누적된 갈등과 불만이 탈퇴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

다만 이번 결정이 미국의 추가적인 유엔 관련 국제기구 탈퇴나 축소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국제기구와는 달리 미국과 유네스코의 관계에는 이런 특수한 배경과 역사가 있기 때문.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이나 NATO에 불만이 좀 많긴 하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결정을 "용감하고 도덕적인" 것으로 추켜세우는 한편, 외무장관에게 이스라엘도 탈퇴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깊은 유감"을 표했다.

한편 유네스코 규정(6조)에 따라 미국의 탈퇴는 2018년 12월3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다만 이날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유네스코가 "진정으로 문화와 교육을 진흥하는 자리로 돌아온다면, 다른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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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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