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가짜뉴스"로 몰아세운 '핵무기 증강' 보도의 섬뜩한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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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LD TRUMP
U.S. President Donald Trump listens as Henry Kissinger, former U.S. secretary of state, not pictured, speaks during a meeting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 on Tuesday, Oct. 10, 2017. During the meeting Trump said he plans to make changes to his tax plan within the next few weeks. Photographer: Andrew Harrer/Bloomberg via Getty Images | Bloomberg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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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끊임 없이 '주류 미디어'와 전쟁을 벌여왔다. 그가 공개적으로 비난한 언론사 목록은 끝이 없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 ABC, NBC, 심지어 폭스뉴스까지.

그러나 이번에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지상파 방송사의 '인가' 취소를 위협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가짜뉴스'로 치부한 해당 보도는 놀라울 만큼 구체적이고, 섬뜩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정헌법 1조를 침해했다"

donald trump

11일(현지시간)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파 방송사인 NBC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며 방송 인가를 문제 삼겠다고 나섰다.

내가 미국 핵전력을 "10배" 늘리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를 가짜뉴스 @NBCNews가 지어냈다. 완전 소설이고 내 위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NBC = CNN!

NBC와 그 네트워크에서 그 모든 가짜뉴스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시점에서 그들의 방송 인가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는가? 나라에 나쁜 일이다!

트럼프의 이 트윗은 이날 아침 NBC 보도 직후 나온 것이다.

NBC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지난 7월20일 국방·안보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던 도중 미국의 핵무기 전력을 10배 늘리고 싶다고 말했으며, 모두가 이 발언에 깜짝 놀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발언은1960년대 이후 미국 핵무기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차트가 담긴 브리핑 슬라이드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 트럼프는 밑으로 향하는 곡선의 맨 밑바닥 대신, 자신은 비축무기가 더 늘어나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자리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참의장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한 트럼프의 측근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놀랐다. 관계자들은 핵무기 전력 강화의 법적·현실적 장애물은 물론, 현재의 군사력이 과거 핵전력 증강이 한창일 때보다 강해졌다는 점을 짧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들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그러한 핵전력 증강은 계획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NBC뉴스 10월11일)

대통령이 방송사의 인가를 거론하며 '위협'하자 곧바로 비판이 쏟아졌다.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

에드워드 마티(민주, 메사추세츠) 상원의원 : 이것은 트럼프의 @NBCNews 방송 인가 취소 위협 또는 #수정헌법1조 침해를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거부하기를 촉구하는 나의 서한이다.

트레버 팀 언론자유재단 이사장 : NBC와 NFL을 겨냥한 트럼프의 위협이 수정헌법 1조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제시카 로젠워슬 FCC 위원 : (FCC는) 그렇게 운영되지 않는다. 여길 보라.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 : NBC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은 우리 민주주의의 주춧돌인 언론 자유에 대한 지속적 위협의 최신 사례다.

'가짜뉴스'의 섬뜩한 디테일

donald trump

트럼프는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솔직히 말해, 언론이 뭐든 쓰고 싶은대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역겹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차 NBC 보도를 부인했다. "지굼 우리에게는 매우 많은 핵무기가 있다. 나는 그것들이 완벽한 상태로, 완벽한 모습으로 있기를 원한다. 내가 논의한 건 그 하나 뿐이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을 인용한 NBC 보도는 꽤 구체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실제 핵무기 개수를 늘리라'는 지시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면서도 그의 발언은 핵무기 전력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이해도에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NBC는 취임 이전에도 '핵무기 전력 강화'를 언급했던 트럼프가 "군통수권자로서 국방부의 심장에서 군 지휘부를 앞에 두고 그러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고위 정부 관계자 두 명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미국 핵무기 확대가 실현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들은 협정 준수 의무, 예산 제약을 지적했으며 재래식 전력 및 비재래식 전력을 합한 현재의 미국 군사력이 핵무기가 많았던 과거보다 더 강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중략)

이 자리에 있던 관계자는 트럼프의 핵무기 대폭 확대 발언은 지난 70년간 미국의 핵무기 보유 현황을 보여주는 브리핑 슬라이드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차트에 언급된 (핵무기 보유량) 최고점 - 1960년대 후반의 약 3만2000개 - 을 언급하며 미국이 지금 그만큼(의 핵무기 전력)을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과학자연맹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약 40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NBC뉴스 10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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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몇몇 당국자들은 핵무기 증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물론, 한반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같은 국가안보 이슈에 대한 그의 이해도에 매우 놀랐다고 이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통령이 아무것도 모르더라'는 것.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외교정책 전문가에게 '왜 핵무기를 쌓아놓고도 쓰지 못하는 거냐'고 물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NBC에 따르면, 문제의 이날 회의는 전날 백악관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열린 회의가 "비생산적"으로 종료된 이후, 고위 관계자들이 대통령에게 추가로 관련 내용을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한 끝에 마련된 것이었다. 한 관계자는 "어쩌면 속도를 조금 낮추고 세계 전체를 (대통령에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트럼프를 "멍청이"라고 불렀다는 문제의 바로 그 회의이기도 하다. NBC는 당시 회의가 전 세계 미군 배치 및 작전 현황을 검토하는 자리였으며, 팽팽한 긴장 속에 장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전했다.

다만 NBC는 이날 회의의 어떤 대목 때문에 틸러슨 장관이 회의 종료 이후 측근들이 아직 자리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멍청이"로 부르게 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donald trump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한반도 문제도 거론됐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도중, 트럼프는 왜 한국인들이 미국의 방위 지원을 더 고마워하지 않고 반기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 발언 때문에 자리에 있던 군 고위 관계자가 끼어들어야 했다. 그는 종합적인 (한미) 관계와 그와 같은 지원이 궁극적으로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득이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NBC뉴스 10월11일)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기사에 언급된) 관계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출처를 지어낸다"며 재차 NBC 보도가 "지어낸 기사"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차라리 이 모든 게 '가짜뉴스'이기를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 북핵 위기 해결의 최대 장애물은 '어린이 같은' 트럼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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