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앓던 삼성 직업병 피해자, 추석 당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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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질환을 얻어 투병해오던 직업병 피해자가 추석 당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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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근무했던 이혜정(41)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올림이 공개한 영상 자료를 살펴보면, 고 이씨는 1995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기흥공장에 취업해 반도체 웨이퍼를 세척하는 일 등을 하다 3년 뒤인 98년에 퇴사했다. 이씨가 도맡았던 세정작업은 대체로 수동으로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됐다. 이씨는 근무 기간 중 두통과 구토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 뒤에도 이씨의 고통은 일상이 됐다. 이씨는 손가락이 붓는 현상이 나타나 물건을 손에 쥐는 일조차 힘들어졌고, 혈액순환이 안 돼 괴사가 일어났다. 또 폐가 서서히 굳어 기침과 호흡곤란 등의 고통에 시달렸다. 이씨는 2013년 희귀난치성 질환인 ‘전신성 경화증’ 판정을 받았다. 전신성 경화증은 피부가 굳어가고, 관련 합병증이 발생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의 일종이다.

이씨 쪽은 2014년 이런 내용을 담아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했지만, 공단 쪽은 유해물질에 노출된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반올림은 “고인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황유미님이 일했던 것과 유사하게 화학물질들을 이용하여 수동 세정작업을 했다”면서 “정작 삼성은 이씨의 작업환경에 대해 일체의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고, 근로복지공단은 노출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산재 불승인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이씨는 반올림과 한 인터뷰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 근무 당시 경험을 증언했다. 영상을 보면, 이씨는 삼성 쪽이 진행한 교육이 노동자의 안전이 아니라 반도체 웨이퍼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증언을 통해 “(삼성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사업장 내의 환경”이라면서 “(작업장이) 깨끗해야 해서 저희(노동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은 매니큐어나 화장을 하면 안 된다는 등의 교육을 더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작업자의 안전보다는 웨이퍼의 안전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한편, 반올림에서 확인한 삼성직업병피해 제보자는 320명(9월 기준)이다. 2007년 11월 이후, 이 씨를 포함해 총 118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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