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험생들은 혼자 올해의 명절 연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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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첫날인 지난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오는 11월16일 시행된다. 이날(1일)을 기점으로 딱 46일 남았다.

현재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인 수험생 김종현군(19)과 같은 대입을 앞둔 청춘에게는 '추석'이란 단어는 없었다. 또 여유도 없었다.

"10대의 마지막 추석은 그냥 없는 거랬어요. 실제로 추석에 대해 생각할 짬도, 푹 쉬는 남들 부러워할 겨를도 없고요."

김군은 "이제 휴식은 사치다"며 "정말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김군은 추석연휴 기간 수원 할아버지댁 대신 대치동 학원에 간다. 점심에는 송편 대신 햄버거나 김밥 먹고, 한가위 보름달 대신 모의고사 문제집을 볼 계획이다. 그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했다.

학원수업도 빡빡하다. 2~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학영역의 성적을 좌우할 고난도 문항(21, 29, 30번) 완전정복 특강을 듣는다. 8일 추석연휴 마지막 일요일에는 국어영역 파이널 모의고사 특강을 수강한다. 문과생인 김군은 두 주요영역 성적 올리기가 관건이어서다.

잠자리에 드는 자정 전까지는 모조리 자습시간이다. 김군은 이 시간에 오답노트를 토대로 각 과목 취약분야를 보완하고, 영역별 핵심 개념도 다시 정리할 예정이다.

김군은 "선생님들이 이번 추석연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학교간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며 "열흘동안 추석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 낼 거다. 할아버지·할머니도 그걸 더 원하실거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화를 넘겨받은 김군의 어머니(47)는 김군이 방 문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들은 뒤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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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서울교대생들이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임용규모 확대를 요구하며 모여서 공부하고 있다.

임용시험 준비생들도 곧 '두 번째 수능'을 치른다. 올해 공립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은 오는 11월11일, 중·고등학교 임용시험은 오는 11월25일이다.

올해 이들은 유독 부침이 컸다. 임용절벽 때문이다. 올해 초등학교 예비교사 선발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을 빗댄 표현이다. 서울지역을 예로 들면 지난해 846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385명으로 급감한 바 있다.

초등 임용준비생 김모씨(22)는 "한창 공부해야 할 8~9월에 이런 일이 생겨 올해 준비하는 학생들 모두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며 "겨우 마음을 다 잡은 학생들에게는 이번 연휴가 합격·불합격을 가를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교대생 자녀를 둔 이모씨(53)는 "올해는 어른들께 못 찾아뵙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며 "선발규모 문제로 공부도 제대로 못했을 자식에게 모든 서포트(지원)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초등 임용시험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중등 임용준비생들이 이번 연휴를 대하는 자세는 훨씬 비장하다.

중학교 교사 임용준비생 윤모(30)씨는 "바늘구멍 뚫으려면 주변을 생각할 여유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여유도 없다"며 "이번 연휴 기간에도 정말 경주마처럼 공부만 할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중등 임용준비생 정모(31)씨도 "교사가 될 수 있는 시간은 몇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추석은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남아 있다"며 "이번 추석이 다소 외롭고 힘들더라도 미래의 추석을 즐겁게 보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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