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 8월경, 김어준 10월 물갈이"...국정원 예고대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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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 작업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한겨레21>이 29일 확인한 연예인 블랙리스트 관련 국정원 문건 14건의 내용을 보면, 국가정보기관이 전방위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해당 연예인들의 퇴출에 진력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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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선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의 퇴출 시기와 방법까지 세세히 언급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11년 7월 작성한 ‘엠비시(MBC) 좌편향 출연자 조기퇴출 확행’ 보고서를 보면 “4월 김미화, 7월 김여진 하차시킴”, “후속 조치로 윤도현, 김규리 8월경 교체 예정, 10월 가을 개편 시 신해철 김어준도 하차시켜 순차적 물갈이 방침” 등 여러 연예인들의 퇴출 시기와 방법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윤도현씨는 같은 해 9월에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에서, 김어준씨는 10월에 ‘색다른 상담소’에서 각각 하차했다.

온·오프라인 ‘여론 공작’이 시도된 정황도 보인다. “VIP(대통령을 지칭)에 언어 테러를 가해 국가 원수 명예를 실추”시킨 것으로 지목된 방송인 김구라씨와 가수 김장훈씨의 경우 “안티세력을 활용한 위축”을 시도했다. 실제 국정원이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을 기점으로 김구라씨의 경우 과거 막말 동영상 등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배포됐고, 김장훈씨는 거짓 기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는 국정원 심리전단과 군사이버사령부의 활동이 활발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을 위해 보수언론을 언급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국정원은 문건의 ‘조치 및 고려사항’에 “(보수언론 협조하에) 비리의혹을 부각”하고 “불신 여론을 조성”을 언급하고 있다. 같은 해 9월 보고서에도 “(좌파 연예인) 방송사 경영진과 협조하여 현업 복귀 차단 영구퇴출, 즉각퇴출 대책 강구” 등과 함께 “보수매체 통해 분위기 조성”이라는 대목이 재차 등장한다. 이 보고서에는 “김미화, 손석희 등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평가와 함께 “좌파 연예인에 대한 온정주의 확산 조짐 엄단”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퇴출 대상자에 대한 옹호 여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같은 해 10월26일 작성된 ‘문화연예계 좌파 실태 및 순화 방안’ 보고서도 충격적이다. 이 문건은 “좌파 연예인에 대한 온·오프 대응활동으로 순화 및 퇴출 여론 조성 계획”을 밝히며, 핵심 문제인물 100여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영화감독 박찬욱·봉준호씨의 경우 “좌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감 주입” 등의 ‘죄상’을 꼽았다. 2009년 당시 박 감독은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박쥐>, 봉 감독은 원빈·김혜자 주연의 <마더>를 개봉한 바 있다. 또 주요 표적인 김미화씨와 가수 윤도현씨에겐 “깃발시위와 공연으로 젊은층의 좀비화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국정원은 11월5일 작성된 ‘종북세력 퇴출 심리전 강화’라는 문건 제목에서 보듯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을 ‘종북’ 프레임으로 엮어 관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는 철저 관리”라는 내용 뒤에 “신해철, 김미화 등 각 부처, 지자체, 경제단체가 공조”라고 돼 있어 이들을 배제하기 위한 작업이 어디까지 미쳤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국정원은 코미디언 박미선씨와 가수 이하늘씨에 대해 “광고주에게 모델 교체를 압박”해야 한다고도 했다.

결국 국정원의 주된 퇴출 대상이던 김미화씨는 2011년 4월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이에 구성원들이 반발하자 문화방송은 한학수·이우환 피디 등을 한달 뒤 비제작부서로 발령냈다. 이른바 ‘유배지’ 인사의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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