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에 지구를 멸하려던 신이 허프포스트에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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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3일 전 세계는 멸망의 공포에 벌벌 떨어야 했다. 미국의 종교학자 데이비드 미드(David Meade)가 자신의 저서인 '플래닛 X의 도래'(Planet X-The 2017 Arrival)에서 지구가 멸망한다고 예견한 날이었기 때문.

그러나 막상 그날이 오자 김정은과 트럼프의 말싸움 후일담만 넘쳐났을 뿐 소행성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 데이비드 미드는 멸망의 날이 10월 15일부터 시작된다고 말을 바꾼 상황.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신으로부터 충격적인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신은 허프포스트에 보낸 편지에서 '9월 23일에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건 사실'이라며 '잊어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아래는 신에게서 온 편지의 전문이다.

안녕, 난 신이라고 해.

내가 나이도 많으니까 말 편하게 할게. 일단 나는 그냥 신이고 알라나 야훼와는 다른 사람이야. 난 좀 내성적인 편이라 걔들처럼 막 책도 쓰고 모르는 사람한테 말도 걸고 그런 짓은 잘 안 해. 주로 한국어를 쓰고 영어는 듣기랑 읽기는 잘 하는데 라이팅이 힘들더라. 하여튼. 본론부터 말할게. 내가 9월 23일에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건 사실이야. 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가 하루는 술을 진탕 마시고 장난삼아 미국에 있는 한 남자에게 ‘9월 23일에 소행성으로 지구를 날려버리겠다’고 속삭였어. 그러니까 이게 인간으로 따지면 장난 전화 같은 건데. 신들이 종종 심심할 때 하는 짓이야.

근데 문제가 생겼지. 보통 사람이면 그냥 꿈인가, 하고 넘어갔을 텐데 이 남자는 좀 이상하더라고. 미국에 사는 데이비드 미드라는 친구인데 엄청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 요한계시록을 막 찾아서 성서에 쓰여있는 그대로라고 없는 소리도 지어내고. 심지어 온 동네방네 다 떠들고 다니더라? 사람들이 일단 다 알게 되니까 나도 체면이란 게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 하여튼 언젠가부터 ‘와이 낫?’이란 심정이 되어 버려서 지구에 부딪히기에 적당한 소행성도 준비를 해두고, 그 전에 미국에 대일식도 보내고 했지. 마음이란 게 간사해서 한번 준비하기 시작하니까 지구가 별거 없이 정말로 밉더라고.

그런데 왜 그럴 때 있잖아. 모든 계획을 너무 착실하게 준비하고 나서 정작 시작할 때를 잊어버리는 일 말이야. 내가 그랬어. 계획 실행 며칠 전에 '왕좌의 게임'을 보기 시작하는 바람에 완전히 잊어버렸지. 22일부턴가? 시즌 1부터 7까지 몰아보고 나니까 24일 아침이더라고. (서세이 정말 최고!) 아이폰에 알람도 걸어뒀는데 IOS 11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알람이 지워진 것 같아.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미드 군 에게는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게 되었잖아. 너무 괴롭히지 마. 착한 사람이야. 그런데 이 말은 해야겠다. 미드 군이 10월 15일로 날짜가 바뀌었다고 말하고 다니나 본데, 그럴 생각은 없어. 난 한번 실패한 계획은 절대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는 주의야. 아, 그리고 미국 매체 중에 매셔블이라는 곳에서 내가 자기들한테 편지를 보냈다고 썼더라. 믿지 마. 난 그런 거 쓴 적 없어. 허프포스트 코리아를 평소에 워낙 즐겨 봐서 특별히 여기에 보내는 거니까.

그럼 20000.

[증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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