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잇단 대관 불허...허가 며칠 뒤 "공사" 이유로 취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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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 Speranza / EyeEm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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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의 송정윤씨는 지난 25일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서울 동대문구체육관 대관 담당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다음 달 21일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앞두고 지난 15일 동대문구체육관에 대관을 신청했고 19일 최종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담당자는 ‘대관이 취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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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풍양속 위반’이라 대관 못 해준다는 구청

담당자는 “‘왜 대관을 해줬냐’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고 난감해하며 “이 문제는 정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관 불허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좀 얘기를 드리면, (체육시설사용허가조건의) 미풍양속 항목에 들어간다(해당한다)”며 “그 부분에서 방어가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결국 다음날인 26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허가 일주일 만에 대관을 취소했다. 전화 통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행사의 성격과 민원을 문제 삼던 공단은 “21일 체육관 천장 공사를 하게 돼 모든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관 허가를 받은 지 일주일만이었다. 네트워크 쪽은 대관료와 청소 용역료 195만원까지 납부한 상태였다.

송씨는 “체육관 허가 공문을 받았던 지난 19일 만해도, 공사를 이유로 사용이 중지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며 “천장 공사는 핑계일 뿐,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민원으로 업무가 번거로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대관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허가 며칠 뒤 취소…반복되는 대관 불허

퀴어여성네트워크가 행사 장소를 빌리지 못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3일에도 양천구민 체육센터에 대관을 신청했지만 열흘 뒤 “갑작스레 공사하게 돼 대관할 수 없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체육대회가 40여일 남은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대관 취소를 발을 동동 구르던 중 겨우 허가를 얻은 동대문구체육관에서도 최종적으로 ‘공사’를 이유로 대관 허가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다른 날짜로 옮기면 안 되냐’ 물어도 공단 쪽은 12월까지 대관이 모두 완료됐다고 말했다.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는 이번에 처음 열리는 대회다. 200여명이 참여하는 비교적 큰 행사다. 여성과 성소수자 등 참여자들은 배드민턴, 풋살, 계주 등을 즐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대관 불허로 비상이 걸렸다. 네트워크는 지난 19일 대관 허가를 받은 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미 체육대회 일시와 장소를 안내한 상태였다. 장소와 일시가 적힌 체육대회 홍보 포스터 100여장도 주문했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장소를 다시 구하고 홍보하는 데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방이슬 활동가는 “참가자도 모집중이었고 협찬사와 미팅도 하고 있었는데 대관 취소로 모든 일정이 중단됐다. 배드민턴, 계주 같은 체육대회조차 연이은 거부로 다른 곳으로 계속 밀려나야 한다는 현실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동대문구체육관 관계자는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원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민원 때문에 대관을 취소한 것은 아니다. 공사가 원래 잡혀있었는데 대관 담당자가 이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관을 허가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관 누수 문제가 있어서 보수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다른 날짜와 비교했을 때 21일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그날 공사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답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지난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체육관 대관 및 사용허가 취소통보를 즉시 취소하고 체육대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며 긴급구제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 ‘성소수자 대관 불허’는 인권침해

성소수자 관련 행사에 ‘민원’ 등을 이유로 대관을 불허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권위의 2014년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를 보면, 성소수자 응답자 중 19.3%가 성소수자 관련 행사 및 시설 대여에서 차별을 경험했고, 7%는 대여 자체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소지(SOGI)법정책연구회(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에 따르면, 2014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한 청소년수련관을 예약했지만 수련관 쪽에서 총회 개최 이틀 전 대관 취소를 통보했다. 해당 기관은 한 극우단체의 항의를 받고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취소통보가 철회돼 행사를 열었지만, 혼란을 감수해야 했다. 같은 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이 한 미디어센터를 행사 장소로 빌렸다가 갑자기 대관 취소를 받은 일도 있었다. 소지법연구회는 “공공시설이 ‘성소수자들이 시설을 사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차별적인 의견을 수용 가능한 ‘민원’으로 받아들여 차별적인 조처를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대관 불허 사례에 대해 인권위 등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인권침해’ 판단을 내려왔다. 2013년 성소수자 관련 문화제가 지역상인들의 반감으로 장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비록 집단 간 견해 차이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회적 소수자가 불합리한 차별과 억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소수자에 대한 불합리한 편견과 혐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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