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트럼프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미국 전문가들을 조용히 접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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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
TOPSHOT - Spectators listen to a television news brodcast of a statment by North Korean leader Kim Jong-Un, before a public television screen outside the central railway station in Pyongyang on September 22, 2017.US President Donald Trump is 'mentally deranged' and will 'pay dearly' for his threat to destroy North Korea, Kim Jong-Un said on September 22, as his foreign minister hinted the regime may explode a hydrogen bomb over the Pacific Ocean. / AFP PHOTO / Ed JONES (Photo credit shoul | ED JONE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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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 공화당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애널리스트들과 비밀리에 접촉을 시도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와 북한 정권에 대한 그의 "혼란스러운 메시지"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접촉 시도는 최근 미국과 북한이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긴장이 고조되기 전부터 진행된 일이다. 미국 정부와의 외교 채널이 부재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입장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다는 것.

일례로 유엔 북한 대표단은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 몸 담고 있는 북한 전문가이자 전직 CIA 애널리스트인 브루스 클링너를 평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초청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은 미국 학자들과 전직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건 정부와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A) 아시아 전문가로 일했던 더글러스 H. 팔 카네키국제평화연구원 부원장도 북한이 접촉한 인사들 중 하나였다.

북한은 북한 정부 관계자와 공화당과 친분이 있는 미국 전문가들이 스위스 같은 중립 지역에서 만날 수 있도록 이를 주선해 줄 것을 팔 부원장에게 요청했다고 WP는 전했다. 정부 관계자(북한)와 민간 관계자(미국)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런 접촉은 통상 '1.5 트랙' 회담으로 불린다.

WP는 북한이 7개의 기관 및 단체에 이같은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에는 북한 외교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미국 전직 외교관이나 싱크탱크 관계자 등과 접촉해왔다. 장소는 제네바,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등으로 다양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 측과 물밑 접촉을 지속해왔다는 건 이미 몇 차례 언론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north korea trump

그러나 트럼프 취임 이후, 북한 측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북한 정책을 파악하는 데 전념해왔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익명의 관계자는 WP에 "북한의 첫 번째 걱정은 트럼프다. 그들은 트럼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초기, 북한은 광범위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말했던 것처럼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기지 폐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가? 한국에 미국 핵무기를 정말 보낼 것인가?

그러나 질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했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고위 관계자들, 특히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와 정반대 되는 입장을 왜 그렇게 자주 밝히는가?

과거 국무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 출신 에반스 리비어는 "북한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상대편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회담에 자주 참여한 인물이기도 하다. 북한이 왜 이런 시도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리비어는 "내 추측으로는, 미국(의 북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하 북한이 다소 어리둥절한 것 같다. 그래서 맥을 짚기 위해 채널을 개설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워싱턴포스트 9월26일)

kim jong un

이 기사에는 북한이 트럼프의 의중을 파악해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왔는지 잘 드러나는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이번달 초, 제네바안보정책센터 주최로 스위스 글리옹에서 한 다자회담이 열렸다. 여기에는 과거 6자회담 당사국 측 관계자들을 비롯해 몽골, 스위스, 유럽연합 측 대표자들도 참석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선보였다. 미국 측 인사들에게 트럼프의 트윗을 인용해보일 정도였다는 것.

이 회담에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당국자 3명이 북한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들은 지적인 분석과 완벽한 미국식 영어를 선보여 다른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측 인사로 참석했던 랄프 A.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퍼시픽포럼 소장은 "그동안 본 적 없을 정도로 자신감에 차보였다"고 설명했다. 리비어는 "북한이 미국의 의도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자신들의 의도에 대해서는 매우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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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침묵을 지켰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이른바 '쌍중단' 해법 가능성을 완전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쌍중단'은 미국이 한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는 걸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은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으며, 비핵화 관련 어떤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WP는 전했다. 반면 한국과 미국 정부는 변함 없이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회담에 참석했던 국립외교원 교수는 WP에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핵 무기를 계속 보유하길 원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을 폐기해야만 대화에 복귀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모두 해제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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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9일 북한 평양 반미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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