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아베한테 왕따 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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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President Donald Trump meets with South Korean president Moon Jae-in during the U.N. General Assembly in New York, U.S., September 21, 2017. REUTERS/Kevin Lamarque | Kevin Lamarque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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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일본 사이에서 왕따를 당할 것'이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지원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과장됐거나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정부의 북핵 문제 해결 노력을 폄훼하고 나아가 한·미·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오보는 받아써도 오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아베에게 '왕따' 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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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몇몇 국내 언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에서 '왕따'를 당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로부터 ‘왕따(odd man out)’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보다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문 대통령이 두 정상으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지적된 것이다. (조선일보 9월21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현지시간 21일)에서 문 대통령이 왕따(odd man out)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한에 유화적인 문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 9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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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들이 인용한 NYT 보도는 20일 나온 '한국 지도자는 트럼프·아베 신조와의 만남에서 혼자만 다른 사람이 될 것(South Korea’s Leader Will Be Odd Man Out in Meeting With Trump and Shinzo Abe)'이다.

문제가 된 표현은 'odd man out'이다. 몇몇 언론들이 '왕따'로 번역한 것과는 달리, 사전적 의미는 '혼자만 다른 사람'이다. NYT 기사 본문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한층 분명해진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질 때, 그는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압박을 가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두 동맹국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또한 자신이 혼자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중략)

트럼프 및 아베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북한을 상대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그 둘과는 달리, 문 대통령은 반복적이고 단호하게 군사 행동을 배제해왔다. (뉴욕타임스 9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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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작성한 NYT 최상훈 기자는 22일 미디어오늘에 한국기자들이 번역한 것을 두고 (맞다 틀리다) 평가하기 애매하지만 제가 이해하는 왕따라는 표현은 집단 괴롭힘 또는 집단 따돌림인데 그런 표현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아베와 트럼프는 대북제재에서 군사옵션을 포함시키자는 입장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은 결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 면에서 이 세 사람이 공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군사옵션) 그 부분에서는 문 대통령이 다르다는 의미로 썼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와는 달리, 군사 행동을 배제해왔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대북 군사 행동에 대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아베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문 대통령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② 트럼프가 아베에게 문 대통령 불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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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정부의 대북지원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익명의 '동석자'를 인용한 일본 언론 보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일본 닛폰TV (NNN)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회담 자리에 동행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3개국 회담에서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과 관련해 "지금이 그럴 때인가"라며 난색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화가 났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당분간 실시되지 않는 게 맞지 않나"고 했다고 덧붙였다. NNN은 "밀월 관계인 미일 정상과 문재인 대통령간 거리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케이·교도통신 등도 회담 자리에 동석했던 소식통을 인용해 미일 정상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9월22일)

닛폰TV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대북 압력을 손상시킬지 모르는 행동은 피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대응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닛폰 TV는 “미·일 정상이 문 대통령에게 대북 인도 지원에 강한 난색을 표했다”며 “대북 대응에 대한 결속을 강조하면서 미·일 정상이 한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지금이 그럴 때냐’고 문 대통령에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9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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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환담을 나누며 '아베 신조 총리에게는 힘이 있는데 문 대통령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역시 출처는 일본 언론이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오찬장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북한을 봉쇄하는 데 힘이 필요하다. 신조(아베 총리)에게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군이 한반도 유사시 군사행동에 들어갈 경우 일본의 협력과 지원 등에 대한 기대를 표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트럼프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해선 “힘이 없다”고 했다며 “(문 대통령이) 북한에 유화적이란 점에 대해 우려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중앙일보 9월22일)

청와대는 즉각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 간 만남을 둘러싼 악의적 보도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와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지원 결정에 화를 냈다'는 보도에 대해 "현장에 배석한 우리 관계자는 “해당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의도적 왜곡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 정상간 만남에서 대화 내용은 공식 브리핑 외에 언급하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입니다. 또 제3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결례입니다. 그런데도 사실과도 동떨어진 내용이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계속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같은 행태가 한일간의 우호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바입니다.

외국 언론보도를 확인도 하지않고 받아쓴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로 유감을 표합니다. 불과 나흘 전 이 문제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바 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보는 받아 써도 오보입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브리핑 9월22일)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간단히 하신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③ 일본 정부의 '언론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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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가 지적했던 것처럼 문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 해법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 및 아베 총리와 의견을 달리 하는 부분은 딱 한 가지다. 군사 옵션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는 것. 이건 문 대통령의 일관된 원칙이자, 거의 모든 국가들이 동의하고 지지하는 '평화적 해법'의 핵심이기도 하다. (사실 아직까지는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의 이 원칙이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과의 대화에 소극적인 경우는 있었지만, 역대 한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사례는 찾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이 '군사옵션' 가능성을 운운한다고 해서 한국도 같이 장단을 맞출 이유는 없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한·미·일 공조에 흠집을 내는 보도 중 상당수가 일본(특히 극우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고조된 북핵 위협을 아베 총리가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많다. 장기 집권을 위한 플랜을 가동하는 한편, 자위대 강화를 위한 개헌 등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 일본판 '북풍'이라고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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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북한 미사일 대피 훈련을 떠들썩하게 벌인 것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몇 달 사이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 폭락을 경험한 아베 총리의 '국내 정치용' 액션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정부와 완벽하게 발을 맞추며 강경한 기조로 북핵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 전체로 눈을 돌려보면, '군사행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미국과 일본에 동조하는 국가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에 핵 포기를 강하게 촉구하는 한편 제재·압박 등 국제사외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대화 등 평화적 해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모두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동의하거나 만족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왜 미국·일본과 발을 맞추지 않느냐'는 식의 비판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아베 총리의 계산대로" 모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부 한국인들은 아베 총리가 증가하는 북한 위협을 자신의 국가주의적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또 트럼프 정부가 점점 더 전투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아베 총리가 영향을 미쳐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중략)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에게 더 중요한 이슈는 아베 총리와 지지자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시험을 일본 내 우려를 조장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에게만 기댈 수 없으며, 훨씬 더 주도적인 군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두덴 교수가 말했다. (뉴욕타임스 9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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