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발견한, 매우 불길한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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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ck obama general assembly

"바로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더 나은 협력 및 통합 모델을 재촉할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는 아주 오래된 국경, 부족과 인종, 종교로 갈라져 극렬히 분열되고 결국 충돌하는 그런 세계로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꼭 1년 전인 2016년 9월20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오바마는 역사와 국제 질서, 그리고 그 안에서 오랫동안 이어졌던 미국의 역할과 노력을 언급하며 "이 세기가 직면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 지도자들의 협력을 정중히 요청했다.

오바마가 했던 연설을 조금 더 들어보자.

"미국 대통령으로서, 저는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세계에 단 하나의 권력이 존재했던 적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냉전이 종식되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진리를 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가끔은 미국의 적들과 일부 동맹국들이 모든 문제가 미국 때문에 벌어졌다거나 미국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인지했습니다. 어쩌면 워싱턴에 있는 너무 많은 지도자들도 그렇게 믿은 건지도 모르겠고요. (웃음)

그러나 저는 미국이 협소한 자기 이해관계 이상의 것을 생각할 의지가 있는, 인류 역사상 매우 드문 강대국으로 자리매김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5년 동안 우리가 저지른 실수도 있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는 제가 인정하기도 했고요. 우리는 종종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이상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분투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선의 권력이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동맹들을 지켰습니다.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했습니다. 우리는 인권을 지지했고, 우리 행동에 대한 조사를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을 국제적 법과 기관에 묶어두었습니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이를 인정하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국경 안에서 뿐만 아니라 국경 바깥에서도 빈곤과 굶주림,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것에 자부심을 느낌니다. 그러나 또한 저는 우리 혼자서 이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이 세기가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려면 국제적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 모두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barack obama general assembly

오바마는 "우리 모두"나 "함께" 같은 단어를 빈번하게 사용했다.

"이 국제적 질서 안에서 우리 모두는 이해당사자들입니다. 우리가 속한 이 기구들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그런 의지를 다질 때 어떤 진전이 가능해질 것인지 많은 국가들이 보여줬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지난 몇 년 동안 이뤄낸 것들을 한 번 보십시오.

함께, 우리는 유엔 평화유지군에 추가로 5만명의 병사들을 배치했습니다. 긴급 상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그들을 더 신속하고 더 잘 무장되고 더 준비된 군대로 만들었습니다. 함께, 우리는 '열린 정부 파트너십'을 설립해 투명성을 급격히 높여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권력을 위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함께, 우리는 간절히 집을 찾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마음을 열어 더 많은 일들을 해야 합니다."

"인간은 꽤 자주 욕심과 권력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습니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큰 나라들은 작은 나라들을 괴롭혔습니다. 부족과 인종, 국가들은 매우 자주 자신들을 묶어주는 신념이 아니라, 무언가를 증오함으로써 스스로를 규정하는 게 가장 편안한 방법이라고 여겼습니다.

몇 번이고 인간은 마침내 계몽의 시기에 도달했다고 믿고는 다시 분열과 고통의 사이클을 반복해왔습니다. 그게 우리의 운명인지도 모릅니다. 인간 개개인의 선택이 반복된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인간 개개인의 선택이 유엔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그런 전쟁이 다시는 되풀지 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는 더 나은 역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donald trum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그의 임기 첫 유엔총회 연설(전문) 중 상당 부분은 오바마가 말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미국에서는 시민이 통치하고, 시민이 지배하며, 시민이 최고 권력자입니다. 저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선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권력을 미국인들에게 주기 위해 선출된 것입니다.

외교 분야에서 우리는 이 자주권(sovereignty)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시민들에게 있습니다. 시민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그들의 안전을 지키고,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저는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입니다. 여러분의 국가 지도자들이 항상 당신의 국가를 최우선시 할 것이고, 늘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유엔은 두 번의 세계 전쟁 이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유엔은 다양한 나라들이 자신들의 자주권을 지키고, 그들의 안전을 보호하며, 그들의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비전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정확히 70년 전, 미국이 유럽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마샬 플랜을 개발한 것도 바로 그 시기입니다. 마샬 플랜은 각 국가들이 강하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때 전 세계가 더 안전해진다는 숭고한 이념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국가들이 똑같은 문화와 전통, 정부 시스템을 공유할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이 두 가지 핵심 자주적 임무를 지키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국민들의 이해와 다른 모든 독립국가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엔의 아름다운 비전이자 협력과 성공을 위한 기반입니다. "

donald trump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트럼프는 41분 동안 이어진 연설에서 '자주적인'이나 '자주권' 같은 단어를 21번 썼다. 그는 이 단어들과 함께 자신의 선거 캠페인 구호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했다.

'국제적'이라는 단어의 경우, 트럼프는 이 표현을 오바마와 매우 다르게 사용했다.

오바마는 여러 도전들, 빈곤, 경제적 혼란, 편견, 극단주의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이것들이 세계적 "통합"(오바마는 이 표현을 9번 썼다)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통합"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국제적"이라는 표현을 14번 사용했는데 매번 긍정적으로("국제적 규범", "국제적 협력", "국제적 질서", "국제적 커뮤니티") 썼다. 트럼프는 이 단어를 세 번 썼는데 모두 부정적("이해할 수 없는 국제적 재판소", "국제적 범죄 네트워크", "사용이 금지된 신경물질로 국제공항에서 독재자의 형제를 암살")으로 언급했다. 오바마는 "아주 오래된 국경, 부족과 인종, 종교로 갈라져 극렬히 분열"된 세계로 후퇴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는 "자주권"을 칭송하거나 "자주적인" 같은 단어를 최소 19번 들먹이며 이에 답했다. (디애틀랜틱 9월19일)

donald trump

트럼프가 '자주권' 같은 단어를 자주 언급하며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강조한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연설에 담긴 트럼프의 불길한 의미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자주권에 대한 트럼프의 열의가 리프먼과 바세비치 같은 현실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미국을 상호 비 간섭주의로 이끄는 것이었다면, 그건 대단히 흥미롭고 어떤 면에서는 환영 받을 변화였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라크 등지에서 미국에 너무 큰 타격을 준 개입주의와의 결별을 뜻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 대신, 브레이트바트와 (네오콘) 빌 크리스톨을 섞은 것에 불과했다. 이민이나 기후변화, 무역 같은 미국의 자주권에 있어서 트럼프는 스티브 배넌을 쫓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문제에 있어서, 트럼프는 (러시아를 빼고) 공화당의 외교정책 엘리트들의 전형적인 개입주의를 따랐다.

(중략)

트럼프에게 자주권은 누구도 미국이 국경 내부에서 무엇을 하든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미국이 좋아하지 않는 국가들에는 미국이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건 오바마가 지지했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아니다. 그건 오바마의 가장 예리한 비판자들이 말했던 현실주의도 아니다. 이건 제국주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에서 반란을 일으킨 무슬림들을 총살했던 미군 장성) 퍼싱 장군은 찬성했을 것이다. (디애틀랜틱 9월19일)

donald trump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이 북한과 이란을 압박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는 자신이 고려한 폭넓은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위협과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행위는 허세일 뿐, 정책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능숙함이 필요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그것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그는 동맹들이 자신을 지지해주기를 바라지만 자신에 대한 개인적 신뢰 결여가 국제적 협력에 있어 장애물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 우선주의' 접근은 유엔의 다자주의에 위배된다. 그의 신조는 국가들이 자신들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 안정된 세계를 만든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국가들은 어떤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가? 트럼프의 대답에 따르면 유엔은 아니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를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으나 그는 무모하고 위험한, 가장 힘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지도자다. (가디언 사설 9월19일)

"무모하고 위험한, 가장 힘 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지도자". 빈약한 논리와 경솔한 레토릭으로 가득했던 이 연설은 어쩌면 '로켓맨'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이 따로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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