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이야기'가 2017년 에미상을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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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웨이스(33)는 흑인 여성 최초로 9월 17일 에미상 코미디 각본상을 수상했다. 아지즈 안사리와 함께 한 ‘마스터 오브 제로’ 시즌 2의 ‘추수 감사절’ 편으로 후보에 오른 것 역시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였다. 웨이스의 수상이 달콤하게 느껴진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안사리의 자전적 경험을 어느 정도 반영한 넷플릭스의 ‘마스터 오브 제로’의 8화는 웨이스가 가족에게 커밍아웃했던 자신의 경험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웨이스 외에도 몇 명의 여성들이 69회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웨이스를 비롯하여, 여성들의 삶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쓰고, 감독하고 연기하여 수상한 여성들이 더 있었다. ‘핸드메이즈 테일’, ‘빅 리틀 라이즈’, ‘블랙 미러: 산 후니페로’가 각각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최우수 리미티드 시리즈, 최우수 TV 영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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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리틀 라이즈' 출연진들

‘핸드메이즈 테일’은 생식권 디스토피아를 다룬 마가렛 애트우드의 1985년작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에미상 수상 경력이 있는 리드 모라노가 감독했고 주요 출연진은 여성이다. 엘리자베스 모스는 이번에 처음으로 에미상을 찼다.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빅 리틀 라이즈’는 가정 내 폭력을 다루며 역시 출연진 대부분은 여성이다. 출연자 중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 키드먼은 공동 제작을 맡기도 했다. 맥켄지 데이비스와 구구 바샤-로가 출연한 ‘블랙 미러’는 황량한 근미래의 재앙을 배경으로 한 퀴어 SF 러브 스토리다.

‘빅 리틀 라이즈’와 ‘핸드메이즈 테일’은 각각 8개의 상을 가져갔다. 대부분 백인이거나 남성인 업계를 반영해왔던 에미상의 역사에서 이번 시상식은 정말 신선했다. ‘왕좌의 게임’, ‘피플 vs. O.J. 심슨’, ‘셜록: 유령신부’가 휩쓸었던 작년 에미상과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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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즈 안사리와 리나 웨이스

여성 출연진과 연출진이 잇따라 상을 받으러 무대에 오르며, 이번 기회를 빌어 그들의 승리가 혁명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한 수상자들도 여럿 있었다.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수퍼파워이다.” 웨이스는 자신의 ‘LGBTQIA 가족’들에게 말했다. “매일 집밖으로 나설 때마다 상상 속의 망토를 두르고 세상을 정복하라. 우리가 없는 세상이라면 지금처럼 아름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1세에 데뷔한 ‘빅 리틀 라이즈’의 로라 던이 수십 년 동안 활동하며 ‘12명 정도의 여성들’과 함께 일해봤을 것이라고 말하자, 던의 동료 위더스푼과 키드먼은 2017년은 ‘TV 업계의 여성들에게 있어 놀라운 한 해’였다고 말했다.

“우정이 기회를 만들어냈다. 우리에게 훌륭한 배역이 주어지지 않아서 느꼈던 좌절에서 기회를 만들어 냈다. 그러니 여성들을 위한 훌륭한 배역을 부디 더 많이 만들어 달라. 고맙다.” 키드먼이 수상 소감 중 위더스푼과의 협업에 대해 한 말이었다.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여성들을 맨 앞에 서게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여성들을 자신의 이야기의 영웅으로 만들어 달라.” 위더스푼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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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즈 테일' 출연진

‘VEEP’의 줄리아 루이스-드레이퍼스는 최우수 코미디 주연상을 받아, 같은 역할로 6회 연속 에미상을 받은 최초 배우가 되어 역사에 남게 되었다. (‘VEEP’는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상도 가져갔다.) 그러나 연기 부문이 아닌 각본과 감독 부문에서는 여성들의 비중이 아직 낮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의하면 2017년 에미상에서 드라마 시리즈, 코미디 시리즈, 버라이어티 시리즈, 리미티드 시리즈, 영화나 드라마틱 스페셜에 후보로 오른 114명의 작가 중 여성은 21명에 불과했다. 한편 이 분야에서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은 25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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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가 ‘마스터 오브 제로’로 장벽을 깨긴 했지만, 2017년에 최소한의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자화자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애틀란타’와 ‘블랙키시’가 후보에 올라 올해 에미상의 다양성을 이끌었지만, 실제 수상작의 면면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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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 산 후니페로' 출연진

“헐리우드는 백인들의 세계, 남성들의 세계다. 보통 백인 남성, 백인 여성, 그리고 흑인 남성의 순으로 이득을 본다. ‘빅 리틀 라이즈’ 같은 드라마들은 앞으로도 많이 나오겠지만, ‘빙 메리 제인’ 같은 드라마가 또 나올까? ‘제인 더 버진’은? ‘프레쉬 오프 더 보트’는? ‘마스터 오브 제로’는?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은 텔레비전에 거의 나오지 못하고, 나와봤댔자 ‘24’와 ‘홈랜드’ 같은 드라마에서 테러리스트 역을 맡는 게 고작이다.” 아이라 매디슨 3세가 9월 18일 데일리 비스트에 기고한 글이다.

‘인시큐어’를 만들고 출연한 이사 레이, ‘디 이모털 라이프 오브 헨리에타 랙스’의 주연 오프라 윈프리,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의 라미 말렉 같은 배우와 출연진 및 제작진을 인정하지 않는 에미상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여성들을 맨 앞에 서게 해달라”는 위더스푼의 말은 반박하기 어렵다.

키드먼이 말했듯, 부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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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회 에미상 시상식 레드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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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프포스트US의 Women’s Stories Won The Emmys In 2017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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