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화재진압 도중 순직한 소방관 2명의 안타까운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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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故) 이영욱 소방위(59)와 고(故) 이호현 소방사(27)의 영정이 합동분향소에 놓여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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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정자가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끝까지 화재를 진압하다가….” 강원 강릉에서 화재 현장을 새벽까지 지키던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국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에 이른다.

17일 강원도 소방본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 4시29분께 강릉시 강문동에 있는 기와 목조 정자인 석란정에서 불을 끄던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가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렸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 소방위는 오전 6시53분께, 이 소방사는 오전 5시33분께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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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석란정은 1956년 지어진 미지정 문화재로 높이 10m, 면적은 40㎡ 규모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자 안에 전기 시설이 없어 내부 발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방화와 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재 원인을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경포119센터의 맏형인 이 소방위는 화재 진압 경험이 풍부해 새내기 소방관인 이 소방사와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 이 소방위는 1988년 2월 서울 성동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해 퇴직을 1년여 앞둔 베테랑이었다. 91살의 노모와 아내(56)와 아들(36)이 있다. 이 소방위의 유가족은 “고인이 몸이 불편한 부모를 위해 강릉소방서로 전입을 올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 내년 퇴직하면 가족여행을 많이 다니자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이 소방위는 충실한 가장이고 노모에게 효심이 깊었고, 일터에선 리더십이 뛰어나 선후배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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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릉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이영욱 소방위(왼쪽)와 이호현 소방사의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이호현 소방사는 2016년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학과 장학생 분야 경력채용에 합격해 지난 1월 경포119안전센터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는 등 임용된 지 불과 8개월밖에 안 됐다. 이 소방사는 부모와 여동생이 있으며 미혼이다. 이 소방사의 유가족은 “고인은 천생 소방관이었다. 남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 업무 특성상 강한 체력은 필수라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두 분의 희생에 깊은 슬픔을 느낍니다”라고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떠난 분들을 기억하며 남은 이들의 몫을 다하겠습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천붕과 참척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 마음을 다해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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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진압 중 숨진 고(故) 이영욱 소방위, 이호현 소방사의 합동 분향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있다. ⓒ뉴스1

화재 초기 5명이 진화 작업을 벌인 것을 두고 소방 인력 부족이 부른 참사라는 시각도 있다. 강원도 내 한 소방관은 “소방 인력과 장비 등을 법적 기준에 맞게 확충해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소방관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국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내 소방인력은 2589명으로 이는 법정 필요인력 4431명의 58%에 불과하다.

두 소방관의 분향소는 강릉의료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강릉시청 2층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으로 거행된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들에게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영결식 뒤 고인들은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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